생수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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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의 강
  • 이수일 목사
  • 승인 2019.07.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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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목사/음성흰돌교회

내 고장 음성은 복숭아꽃과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마을이다. 제철만 되면 사방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꽃으로 가득한데 그 때의 마을의 모습은 작은 천국이 된다. 이 아름다운 마을 사이로 실개천이 흐른다. 유량은 많지 않지만 나름 시골 정경을 보여 주기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서 깨닫는 그 흔한 교훈,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이치!

며칠 전 집 안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 어느 곳에서 발생한 악취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사방 구석구석을 휘저으며 찾아 다녔다. 쓰레기통도 뒤지고, 냉장고 깊은 속까지를 샅샅이 살펴도 원인이 될 만한 곳을 찾을 길이 없어 애만 태우다 마침내 악취발생 원인을 찾게 된 것이다.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다. 가끔 세면할 때 물을 사용하다 보면 버리기에 아까운 낙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담아 허드렛물로 사용하고자 물통에 담아 둔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오래도록 방치하다보니 고인 물이 썩은 것이다. 물이 썩은 냄새가 이토록 심한 악취를 풍기게 될 줄이야!

작은 시골목회를 하면서 늘 일관되게 주장했던 소신이 하나 있다면 ‘축복의 통로’가 되는 교회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많든, 적든 재물이 들어올 때마다 그때그때 흘려보내는 실개천의 교회를 만들면 적어도 썩는 냄새는 피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살아있는 교회를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하며 35년을 지내왔다.

당회나 운영위원회, 혹은 제직회에서 자주 강조했던 내용은 실은 별 것 아니었다. 물은 언제, 어디서나 흘러가야 하듯, 우리 교회의 재물도 사방을 향해 흘러갈 때 우리네 믿음이 살고 교회는 건강한 숲을 이루게 된다고 자주 강조했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재물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 교회는 의외로 더 맑고, 더 아름답고, 더 풍요로운 숲이 되어 지나가는 새도 깃들고 싶은 보기 좋은 공동체가 되어있다.
가끔 중·대형교회 소식을 들으면서 비자금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울해진다. 교회가 왜 비자금이 필요할까? 사방팔방으로 눈을 돌리기만 하면 선교와 구제 현장이 이내 눈에 들어오고 때론 긴박성이 요구될 만큼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 많은데 비자금이 왜 가능할까?

주지하다시피 교회는 기업이 아니다. 교회로 흘러들어 온 물질은 개 교회 몫이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만의 소유가 아니기에 그것에 대한 권리도 없다. 오직 주님만이 모든 재물의 주인이고, 오직 주님만이 모든 재물의 용처를 명령하시는 권리가 있으시다.

주님은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그들의 삶의 현장이 썩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7:37~39). 보라! 인간의 영혼 속에 생수의 강이 흘러간다는 것은 얼마나 역동적이며 멋진 모습인가! 흘러가는 강물은 썩지 않듯, 움직이는 사랑, 움직이는 재물은 살아서 강을 이룬다. 주여, 우리가 머무는 곳에 생수의 강이 흐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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