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때 싸운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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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때 싸운 그 사람?!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9.07.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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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83

디도서 3:2> 아무도 비방하지 말며 다투지 말며 관용하며 범사에 온유함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낼 것을 기억하게 하라.

서대문에 있는 내가 섬기는 노숙자활시설에는 날마다 여러 이유로 퇴소자와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로(전원 남성) 늘 북적인다. 이곳에는 여러 명의 종사자(사회복지사 포함)들이 있는데, 그 중 한 팀장은 나와 함께 예배를 섬기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14년이나 일하다가 이번에 서울의 다른 쉼터로 승진발령을 받아 7월부터 일하게 되었다.

그래서 6월 하순경부터 그는 몇 차례 새 쉼터를 방문하여 앞으로 일할 것에 대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시설을 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보냈다. 그러던 중 서대문에서의 마지막 예배를 드리는 날이었다. 그가 나에게 고민을 말했다.

“어제 새 쉼터를 방문했는데 그곳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무슨 말인가 하고 알아보니 ‘새로 오시는 국장님이 저 분이야? 아하, 그때 싸운 그 사람이네! 이제 성질 좀 죽었을까?’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았죠.

내가 언제 이곳에서 누구랑 싸웠지?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번쩍 생각났지요. 4년 전인가…그곳 종사자와 심한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지요. 너무나 사람을 무시하고 반말로 하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모욕적으로 대해서 내가 뭐라고 했더니 불같이 화를 내는 거예요. 나는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내가 참으면 결국 다른 사람들도 피해본다. 나에게 이 정도로 한다면 노숙자활자분들에게는 얼마나 함부로 할까라는 정의감에 싸우기 시작했죠. 나중에는 서로 육두문자까지 쓰며 싸웠어요. 나중에는 화해했고, 지금 그 사람은 다른 시설로 갔지요.”

즉, 결론은 딱 한번!   
 
정말 딱 한번! 그러나! 단 한번 싸웠고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그를 싸운 사람, 성질 더러운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2013년부터 그의 옆에서 노숙자활자들을 섬기며 보아 와서 잘 안다. 그의 신실함,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 형제들에 대한 가식없는 사랑. 그리고 약자에 대한 정의감. 하지만 단 한번의 다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싸움꾼이요, 분쟁유발자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나도 역시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 특히 가족에게! 맏딸인 내가 가족을 섬기느라 마음과 물질과 기도로 다 하지만 단 한번, 뼈 있는 말, 섭섭한 말을 하는 순간, 모든 게 다 무너진다. 그 한 마디를 꼬투리로 삼아 그동안의 나의 공로는 쓰레기만도 못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때 큰언니가 이렇게 말했잖아!
-그때 큰누나가 나한테 이렇게 말해서 내가 얼마나 상처 입은 줄 알아?
-그때, 네가 한 말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속상했는 줄 알아?

가족이 이럴진대 타인은 오죽하랴! 가족은 그래도 다시 엉겨 살지만 타인은 영영 이별이거나 원수되거나, 싸늘해진다.

가족에게는 역전의 기회가 있지만  타인은 관계마침표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에게 무조건 입을 다물고 화목하라고 하셨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기에 우리의 말이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온갖 말을 삼가야 한다. 

오죽하면 주님께서 산상설교 중 팔복 설교를 하신 다음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마태5:11-12)” 라고 하셨을까! 

“욕, 거짓, 악한 말” 박해의 3종 세트가 다 말이다. 

이 순간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혀에 재갈을 물리자. 십자가에서까지 원망과 저주와 불평의 말을 전혀 하지 않으신 예수님을 생각하자. 이에 비하면 사실 우리가 당한다는 억울함이나 부당함은 신발 안에서 모래 한 알 꺼내는 수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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