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작은 실천 하나가 죽어가는 창조세계 살립니다”
상태바
“일상 속 작은 실천 하나가 죽어가는 창조세계 살립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6.26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살 생일 맞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1년이 지났다. 죽어가는 창조세계를 살리려 ‘살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신없이 달려온 지가. 이룬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고 해야 할 일은 더 많다. 지난 1년 동역자를 발굴해 손을 맞잡았다면 이제는 함께 발을 내딛겠다는 포부다. 창조세계 회복을 향한 길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을 지난 12일 살림 사무실에서 만났다.

환경운동은 누구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선뜻 나서기는 힘든 일 중 하나였다. 가끔은 ‘환경을 살리고 아껴야 된다’는 말이 부담스러운 짐처럼 느껴졌다. 마치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너무 멀리 있어 와 닿지 않는 것처럼. ‘살림’과 유미호 센터장은 먼저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크리스천에게 예배는 의무이고 짐이기 때문에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과 교제하고 싶기에 기쁨으로 드리는 시간이잖아요.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창조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깨달아야 의무가 아닌 기쁨으로 아끼고 돌볼 수 있는 거죠.”

자연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계절에 말 걸기’가 시작됐다. 살림은 계절에 말 걸기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산으로 강으로 자연을 찾아 떠나 함께 걸었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즉각 나타났다. 창조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들려왔다.

환경 파괴의 가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실천적 운동도 필요했다. 살림은 센터 개원과 동시에 첫 번째 과제로 ‘플라스틱 프리’를 선정했다. 유미호 센터장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주제였지만 때마침 플라스틱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며 순풍이 불었다.

“‘플라스틱 프리’는 플라스틱을 절대 쓰지 말라고 강요하고 압박하는 캠페인이 아닙니다. ‘프리’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그리스도인이 플라스틱이라는 공해에서 자유롭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우리 생활 속에 플라스틱을 모조리 제거하자는 버겁고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심각성을 모르고 사용해왔던 플라스틱이 주변에 보인다면 하나씩 조금씩 줄여가자는 실천운동이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 작은 변화가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된다면 그때부터 사회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봐요.”

살림이 일으키는 변화는 아직까진 잔잔한 물결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벌써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한 크리스천들과 교회들이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젠 각 교회와 기관, 공동체에서 실천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살림학교와 공부시간도 마련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과 기후변화 포럼도 진행하고 녹색 발전을 위한 환경살림나눔발전소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이렇듯 살림의 사역 범위는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은 조그만 단체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넓어졌다. 한편으론 그동안 창조세계 보전에 무심했던 우리 사회의 현실이 살림을 이렇게 바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유미호 센터장은 쏟아지는 일에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진행된 살림의 한 살 생일잔치에서 유 센터장은 앞으로의 슬로건으로 ‘서로를 기다려주라’를 뽑았다.

“저는 지금 텃밭에 씨를 뿌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 마음이야 하루라도 빨리 열매를 보고 싶어 조급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죠. 때에 따라 물을 주고 가꾸고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놀랄 만큼 자라 열매를 맺죠. 환경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씨를 뿌리면 하나님이 자라게 하신다.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열매가 맺힌다. 살림은 지난 1년 동안 ‘사람’이라는 씨앗을 뿌렸다. 일상 속에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은 실천을 해오던 크리스천들을 찾아 함께 손을 잡았다. 이제는 이렇게 모인 작은 물결 하나하나가 포근한 강물을 이뤘으면 하는 것이 살림의 작은 소망이다.

“1년을 되돌아볼 때 가장 큰 소득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조그만 것 하나라도 환경을 생각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창조세계를 아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제 이들의 네트워크가 살림을 통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작은 지류 하나하나가 모이면 큰 강물을 이루듯, 누구나 자연스레 이 물결에 녹아들어 함께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가꾸는 포근한 강물이 되는 것이 한 살 생일을 맞은 살림의 소망입니다.”

▲ 살림이 지난 20일 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가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