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총회 신학부는 지난해 제102회 정기총회에서 맥추감사절 대신 성경강림절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총대들은 1년 더 연구해 보고하도록 결의했지만, 이 같은 제안은 구약시대 맥추절보다 신약시대 성령강림주일을 더 비중 있게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왔던 제안이다.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맥추절은 중요한 절기의 하나로 지켜졌지만 지속적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 영향으로 맥추감사절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커지면서 맥추절은 중요성이 약화되어 왔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보리농사 비중은 현저히 줄어든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추수감사절이 중세시대와 미국 청교도 시대 이후 나왔던 것에 비해 맥추절은 성경에 기반을 둔 절기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출애굽기 23장 16절에는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는 말씀에 기반하며, 맥추절은 유월절과 초막절과 함께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하는 3대 절기였다.
하지만 어쩌다 한국교회 최대 규모 교단 내에서 맥추절을 대신해 성령강림주일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연구보고서가 나온 것일까.
합동총회 신학부는 교단 산하 노회에서 올라온 헌의안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세상적인 의미에서 절기보다 복음의 핵심인 구속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성령강림절을 지키자는 헌의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성경강림주일이 맥추감사주일보다 덜 비중있는 절기로 여겨지는 것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합동총회 연구보고서는 “대다수 한국교회가 성경강림주일을 제대로 지키고 않고 있는 현실에서 성령강림 절기를 더 잘 지키도록 하거나 맥추감사주일과 성령강림주일을 동시에 지켜 그 의미를 확대 심화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면서 성령 강림의 구속사적 의미와 감사에 방점을 두었다.
하지만 맥추절도 구약시대 절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맥추절은 예수님 부활 후 성령이 강림하는 구속 언약의 예표라는 차원에서 더욱 중요한 절기로 인식하고 지키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가 맥추감사절을 지나가는 또 하나 절기의 하나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맥추절을 지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유월절과 초막절을 한국교회가 지키지 않는 것처럼 맥추절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유월절과 초막절은 신약시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죽임을 당하시면서 성취되었기 때문에 맥추절 역시 굳이 절기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폐지할 수 있는데도 감사헌금을 한 번 더 드리도록 하기 위해 맥추절을 지키고 있다는 어이없는 주장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맥추절의 본질은 감사에 있음을 기억하고 한국교회가 맥추절을 의미있게 지키는 절기로 삼아야 한다. 교회들은 추수감사절과 같이 온 성도들이 함께하는 축제로 맥추감사절을 지키고, 지난 6개월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한 해 남은 시기도 인도해 달라고 간구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절기목회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 왕성교회는 올해도 맥추감사주일에 드려진 헌금을 지역사회 다음세대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박윤민 담임목사는 “지역 초등학교와 초중교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전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세상과 나누는 의미로 교인들과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맥추감사절을 뜻있게 보내기 위한 교회 차원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어성경에서 우리가 흔히 일컫는 맥추절 단어(하그 하카치르) ‘보리’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영어성경에서도 추수의 절기라는 의미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보리 수확시기가 지난 7월 첫째주일로 지키기 때문에 ‘보리’ 수확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엄밀히 유대인들의 보리 수확시기는 우리나라보다 2~3달 더 이르다.
중요한 것은 보리가 아니라 6월 마지막 주까지 한해의 절반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더 남은 한 해를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실 것을 기도하는 절기로 맥추감사주일을 삼아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