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성애운동’은 비판조차 못 할 성역인가…성찰적 자세 요청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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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성애운동’은 비판조차 못 할 성역인가…성찰적 자세 요청돼
  • 정하라·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6.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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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내용 중 일부 발언에 대한 편집과 왜곡 우려
목회자로서 영향력 인지해야 VS 포용적 입장 필요

지난 1일 퀴어축제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가운데 동성애 이슈가 한국교회에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고 있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당일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준비위는 반대편 대한문광장에서 국민대회를 열고 적극적인 반대시위를 펼쳤다.

▲ 퀴어축제가 열리는 당일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준비위는 반대편 대한문광장에서 국민대회를 열고 적극적인 반대시위를 펼쳤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남녀 간의 정상적 사랑과 건강한 가정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캠페인 전개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반대시위 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포용적 자세로 동성애자들을 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단순한 반대집회만으로는 밀려오는 동성애의 물결을 더 이상 막기 어려우며 다음세대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최근 SNS를 중심으로 불거진 동성애 논쟁은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의 방향을 짚어볼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난 5일 수요기도회 설교에서 분당우리교회의 부목사인 A목사는 퀴어축제 반대시위가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젊은 크리스천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설교를 전했다. 

설교 직후 A목사의 설교를 비판하는 성명서가 반동성애 단체 이름으로 발표됐으며, 해당 목사의 치리와 징계를 촉구하는 격렬한 비판도 쏟아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목사는 교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이찬수 담임목사 역시 입장문을 발표해 양해를 부탁하기도 했다. 대체 설교가 어떤 내용이었기에 그는 반동성애 진영의 뭇매를 맞게 된 걸까. 

도대체 설교가 어땠기에?

A목사는 마태복음 15장 1~11절을 본문으로 떡을 먹기 전에 손 씻는 것을 두고 지적하는 바리새인들과 그에 대응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살핀다. 동성애 문제가 설교에 등장하는 것은 중반부부터다.

그는 먼저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밝히며 설교를 시작한다. “전제로 하나 하고 갈 것은, 동성애 문제는 절대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창조질서에 따라서 타협할 수 없는, 하나님이 정해주신 기준에 대한 이야기임을 전제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여기까지였다면 이슈로 떠오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반동성애 진영이 문제로 삼은 것은 동성애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적한 그 다음 대목이다. 

“몇 년 동안 퀴어 축제에 대한 반응, 기독교계에 대한 반응을 참 많이 찾아봤습니다. 제가 찾은 결론은 ‘대세는 이미 넘어 갔다’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언론과 또 이것을 이용하는 많은 또 정치인들과 또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들로 인해서 이제 동성애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죄송합니다. 소위 막말로 꼰대들의 이야기가 되어져 버렸습니다.”

‘대세는 이미 넘어갔다’는 지적, 그리고 ‘꼰대’라는 표현이 많은 이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떻게 목사가 동성애 문제의 대세는 넘어갔다고 말할 수 있으며 반동성애 운동가들을 ‘꼰대’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교의 맥락을 살펴보면 해당 표현은 A 목사의 심경이라기보다 현실적인 대중들의 반응을 여과 없이 전달한 것에 가깝다.

이후 해당 목사는 성경에서 더 많이 언급하는 다른 죄악에 대해서는 우리가 동성애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음을 언급하면서,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도 결국 희망은 복음이며 건강한 가정상의 회복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설교자 징계하라” 날선 비판 쏟아져

설교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반동성애 진영에서 즉각 반응하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는 설교 이틀 뒤인 7일 성명을 발표하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국교회를 꼰대라고 매도한 A목사의 설교는 분명 반기독교적인 성경말씀 적용이며 동성애자들의 주장과 진배없다”면서 즉각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A목사에 대해 “강단에서 거짓말을 하는 발람 선지자”라거나 “설교인지 개인 넋두리인지 분간도 못한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울산대 이정훈 교수는 SNS에서 A목사의 설교를 “한심한 설교”라고 표현하며 “PC나 퀴어 책 몇 권 읽고 세상을 다 안다는 듯 떠드는, 철부지의 경박한 목회놀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계매체에서도 “동성애를 비판하는 성도들을 ‘꼰대’라고 조롱했다”며 “교리를 따르지 않고 공격하겠다면 제재를 받거나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은 담임 이찬수 목사를 향해 “제 식구 감싸기는 엘리 대제사장의 길을 가는 것”이라며 해당 부목사를 치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설교에서 언급된 집회의 주최 측인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세가 넘어갔다’는 표현은 현실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 그릇된 판단이며 ‘꼰대’라는 표현 역시 동성애 확산을 위해 땀 흘리는 분들을 눈물짓게 하는 발언”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은 설교 전체 맥락보다는 일부 발언에 대한 편집과 왜곡이 있었다는 것이다. 설교자가 현실적인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전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꼰대’, 그리고 ‘대세는 넘어갔다’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아 그에게 돌을 던진 것이다.

옥성득 교수(미국UCLA 한국기독교사)는 “‘동성애 문제의 전세는 기울어졌다’는 표현은 손봉호 교수가 2017년 발표한 책에서 이미 사용했다. 그런데 그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젊은 부목사가 설교하니 내용을 앞뒤 자르고 그 문장과 표현을 문제 삼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고 무례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적 공감 위해 비판적 성찰도 필요

지난 21일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와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준비위가 만나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은 후 더 이상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고 마무리 짓기로 합의하면서 사태는 일견 봉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동성애 운동에 대한 소신이나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쏟아진 비판의 양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설교강단에 선 목회자가 자신의 입장을 정제된 언어로 신중하게 표현해야 함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단순한 비판에도 지나친 공격이 이어지는 반응은 자칫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

탈동성애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고 비통하다. 동성애자를 긍휼히 여기고 정죄보다는 죄의 고통을 이해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자는 용기있는 전도자를 징계로 다스리려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대리인이라도 되는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말로는 동성애자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설교 중 목회자의 발언 하나 품지 못하고 징계를 요구하는 이들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역시 일부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부 목사의 진솔한 사과를 수용하면서 젊은 목회자가 할 수도 있는 실수를 덮어주는 관용과 아량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늘날 동성애 퀴어축제는 자유의 이름으로 진정한 자유를 파괴하는 인본주의운동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반동성애 및 탈동성애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결핍하지 않는가 반성해야 한다”며 반동성애운동 진영의 열린 자세를 요청했다. 

한국교회가 동성애 이슈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반동성애 운동이 젊은 크리스천과 다음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포용적 자세로 경청하고 듣는 자세가 요청된다. 아울러 요즘같이 미디어의 파급력이 큰 시대에 목회자는 설교자로서 공적 위치에 있음을 기억하고 자신의 발언이 미칠 영향력과 파급력을 생각해야 한다. 

김선일 교수(웨신대)는 “목회자는 설교자로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설교에 적나라하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적할 부분이긴 하나 이렇게 비판을 쏟아내는 것이 온당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낮은 곳을 향하는 종교”라며 “반동성애 운동 역시 분노와 싸움이 앞서기보다 사랑과 포용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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