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 싫다'면서 문화재관람료 강행하는 ‘불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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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싫다'면서 문화재관람료 강행하는 ‘불교계’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6.2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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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지난 20일 기자회견 “문화재관람료 논란은 국가의 책임”
여론 반응은 ‘싸늘’ … “징수하려면 사찰 입구에서 하라”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도 불구하고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해온 불교계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불교계는 정작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데도 입장료를 강제로 내야하는 시민들의 억울함은 이번에도 외면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수십년 간 논란이 되어온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처음으로 종단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계종은 입장문에서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합법적으로 관림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 국가가 사찰의 재산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편입시켰고,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 편의를 위해 문화재관람료와 합동징수 하면서 문화재관람료를 사회적 논란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사찰 재산에 대한 부분을 보상하고, 사찰의 관리 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 할 것을 요구하면서 “문화재관람료 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찰의 권리 회복을 위한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사찰이 소유한 땅이 국립공원에 편입되면서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부분은 일견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일반 시민들의 경우도 국가의 개발정책 또는 보존정책에 따라 재산상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엄밀히 ‘문화재관람료’ 논란의 핵심은 사찰의 재산상 불이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찰에 가지 않는데도 돈을 내야 하는 국민들이 겪는 억울함에 있다. 사찰의 재산권 문제는 별개의 사항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조계종 설명대로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49조 규정에 따라 입장료 징수는 이뤄지고 있다.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사찰 입장과 무관한 사람과 관련된 징수는 불법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현재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사찰은 전국적으로 67곳으로 국립공원 내에서는 23곳에 이른다. 최근 지리산 천은사는 정부와 지자체 특혜지원 논란 속에 폐지되기도 했지만, 지리산 화엄사와 설악산 신흥사, 계룡산 동화사, 속리산 법주사, 주왕산 대천사 등에서는 여전히 시민들과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속초의 관광지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만 해도 입장료에서 어김없이 징수한다.

부당한 문화재관람료 폐지운동을 전개해온 참여연대는 “2003년과 2013년 대법원은 문화재 관람의사가 없는 시민들에게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한 채 여전히 부당한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조계종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조계종은 이번에도 종단의 재산권에 초점을 두고 다시 버티기에 돌입한 셈이다.

한편, 조계종은 이번에도 문화재관람료가 문화재 보존 관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런데 조계종이 언론에 밝힌 내용을 보면 비용 일부가 문화재 보존과 무관한 곳에 쓰인 것이 확인된다. 

특히 관람료 일부가 조계종 종단으로 보내진다는 예측이 이번에 사실로 확인됐다. 

조계종에 따르면 문화재관람료의 52%는 ‘사찰 유지보존 비용’으로 사용되고, ‘문화재 보수와 매표소 관리’ 30%, ‘종단 운영’ 12%, 승려 양성 ‘5%’가 투입됐다.

사람들이 방문한 문화재 관리와 무관한 ‘종단 운영’과 ‘승려 양성’에 무려 17%나 돈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왜 불교 종단 운영비와 종교인 양성을 위해 비용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더구나 ‘전통 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찰 수리와 방제, 방법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국가예산은 이미 투입되고 있다. 2017년 문화재청이 전통사찰 유지보수 비용으로 집행한 예산은 470억원에 달한다.

이번 조계종 기자회견 관련 기사마다 댓글에 나타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네티즌 역시 쟁점은 문화재관람료의 부당한 징수 부분에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아이디 ‘***부르라’는 “논점을 이상하게 흐려놓고 있다. 사찰에 들어가지도 않는데 입장료를 뜯어가는 것이 팩트다”고 반박했고, ‘**미소’는 “돈을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절 입구에서 받으라는 것이다. 그대들은 남의 땅을 지나간다고 돈 내고 다는가. 누가 뭐래도 산적이 맞다”고 비난했다.

국민들의 이러한 목소리에, 불교계는 종단의 재산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두고 응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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