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끼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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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끼얹기
  • 차성진 목사
  • 승인 2019.06.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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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④

김치 볶음밥을 만들 때, 올해 들어서 새로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재료와 요리 방법 모두 동일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한 가지 과정이 추가됩니다. 완성된 김치 볶음밥을 밥그릇에 꾹꾹 눌러담아 그릇 채로 쟁반 위에 엎은 다음 밥그릇을 조심스럽게 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깨를 조금 뿌리면 식당에서 파는듯한 모양이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아내의 반응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지지요.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의 방송을 보고 터득한 일인데, 이처럼 요리를 예쁘게 진열하는 과정을 전문적으로 플레이팅(Plating)이라고 하더군요. 단순한 미각 만족인 줄 알았던 요리에, 플레이팅을 사용해서 시각적 만족까지 더해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요리를 더욱 더 입체적이고 인상깊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글쓰기에도 플레이팅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오감 끼얹기’라는 과정입니다. 글을 마무리 한 후에, 그대로 마쳐도 나쁘지 않지만, 오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지점에 구체적 묘사를 넣음으로써 사람들에게 보다 인상적이고 생동감 있는 감상을 전달하는 작업인 것이죠. 실제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간 광야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말씀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자, 이 부분에서 오감을 살릴 수 있는 포인트는 어디일까요?

저는 ‘광야생활’을 그 포인트로 한 번 잡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오감 중에서 ‘촉각’에 한 번 집중해 보겠습니다.

[아침에 텐트 밖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쫙~ 폈는데 입안이 까끌까끌해. 왜 그런가 봤더니 자던 중에 모래가 입에 들어간 거야. 퉤퉤 뱉어봐도 이 사이사이까지 껴서 잘 나오지도 않아. 거기에 매일 깨끗한 물로 씻지도 못하니까 몸이 얼마나 끈적거렸겠어? 생각해봐. 여름에 땀 잔뜩 흘리고 집에 왔는데, 단수라고 물이 안 나오는 거야. 얼마나 찝찝해. 그런데, 그 와중에 아까 이야기한 모래 먼지까지 막 피부에 엉겨붙는거야. 겨드랑이, 사타구니 몸이 비벼지는 곳마다 까끌거림이 느껴지는 거지. 으~~!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런 광야 생활을 40년간 한 거야. 왜?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지 않았거든.]

느껴지는 전달력이 확실히 다르지요? 어떤 분은 지금 찝찝한 기분에 몸이 부르르 떨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감각적인 글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힐 뿐더러, 내가 실제 그 상황 속에 처한 것 같은 공감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감뿐 아닙니다. 육감, 즉 감정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도 좋지요.

[에서는 관자놀이가 팽팽해지면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도 이런 방식으로 나의 장자 자리를 빼앗지 않았는가? 벌건 눈으로 집 한 켠에 놓여 있던 부지깽이를 집어 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부지깽이 끝이 자글거리며 울었다. 기필코 그 오만한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리라.]

주의할 점은, 이러한 ‘오감 끼얹기’는 너무 자주 활용될 경우, 글의 템포가 느려지기 때문에 오히려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잦은 연습과 피드백을 통해 적절한 선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동안의 글쓰기에서 의미 전달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플레이팅을 해보면 어떨까요?

모히또 위에 예쁘게 얹어진 민트입처럼, 여러분의 글에도 오감을 예쁘게 얹어봅시다.

“어때유, 그럴싸하쥬?”

▲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 덕정교회, 신학생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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