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혐오표현 경험…“기독교윤리 커리큘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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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혐오표현 경험…“기독교윤리 커리큘럼 필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6.1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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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혐오사회’ 어떻게 볼 것인가

교회탐구센터 성인 1200명 대상 ‘혐오표현’ 조사
기윤실 1000명 대상 ‘혐오에 대한 시민의식’ 설문

한국사회 내 ‘혐오’문제가 심각하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이를 비방하거나 적대시함으로써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남녀 간 젠더갈등이 도를 넘고 있고 여성과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혐오적 시선과 발언에 대해 기독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소수자를 향한 혐오적 표현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송인규)는 지난 13일 서울시 종로구 청어람홀에서 ‘혐오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송인규)는 지난 13일 서울시 종로구 청어람홀에서 ‘혐오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주)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의 국민과 200명의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표현에 대한 국민/개신교인 인식조사 결과’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을 포함한 전체 성인남녀 69.4%가 ‘최근 1년간 혐오표현을 접촉했다’고 답해 10명 중 7명의 사람이 혐오적 표현을 접촉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혐오표현 대상자로는 ‘정치적 반대자’가 61.9%, ‘여성’이 59.8%, ‘성소수자’ 51.3% ‘외국인노동자/난민/다문화가족’이 45.9% 순으로 조사됐다.

타인에 대한 본인의 혐오표현 경험도 ‘정치적 반대자(46.5%)가 가장 높았으며, ‘외국인’(23.2%), ‘노년층’(20.2%), ‘여성’(19.4%), ‘성소수자’(18.4%) 순이었다. 정치적 반대자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경험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혐오표현을 접했을 경우 대부분 어떤 자세를 취할까. 혐오표현에 대한 행동으로 ‘혼자만 알고 가만히 있었다’가 50.3%, ‘혐오표현을 한 주체자와의 접촉을 피했다’가 36.5%, ‘주변에 문제 있는 표현이라고 알렸다’가 27.4%, ‘혐오표현을 한 주체자에게 반대의사를 밝혔다’에 11.4%가 답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기윤실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사회 내 혐오문제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대한 시민의식조사’를 전개했으며, 지난 15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차별(1순위)’을 묻는 문항에서 ‘비정규직 차별(38.3%)’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성차별(30.2%)’, ‘장애인차별(24.2%)’가 뒤를 이었다.

지난 1년간 ‘성차별’ 목격 또는 경험 여부는 64.6%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여성혐오적 인식(1~5점)’은 전체 2.58점으로 조사됐으나 종교가 있는 경우에는 개신교 남성과 불교 남성이 높았고 개신교 여성이 가장 낮았다. 이를 통해 개신교 내 성별에 따른 여성혐오적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설교에서 ‘페미니즘은 교회를 위협하는 좌파사상’이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음이 있다가 전체의 20.20%였는데, 이들 중 여성혐오 인식은 2.92점이었다. 이러한 설교를 들은 적이 없는 경우에는 2.48점으로 “성차별적 설교를 들은 경험이 있을 때 여성혐오적 인식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선욱 교수(숭실대 철학과)는 “한국사회의 혐오표현은 시설에서 사람으로 특히 여성에게 혐오가 집중돼 있다. 특히 여성혐오는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제, 남성 특권주의 등의 남성 우위의식을 바탕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 성적 대상화, 특권 박탈 등의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진리는 결코 혐오를 함의하지 않는다”며 “혐오를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으로 다름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젠더차별과 각종 혐오와 차별의 이데올로기가 만연한 시대 상황 속에서 성 평등한 사회를 위한 기독교의 적극적 노력도 요청된다. 이은아 박사(이화여대)는 “개신교가 여성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나 개신교가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혐오가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개신교의 역할과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현종 박사(서울신대)는 “‘혐오’개념과 그에 파생되는 소수자 문제에 대해 개신교인들이 바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독교 윤리교육의 대중적 커리큘럼을 시급히 새로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최 박사는 “하나님 나라가 완전히 도래하기 전까지 우리가 사는 세속공동체가 기독교왕국의 절대적 통치가 임재하는 곳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이며, 동시에 상호 인정과 공존의 윤리가 필요함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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