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들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예멘 난민 출신 모아드 사르끼 목사, 에티오피아에서 방한 한현구 기자l승인2019.06.13 18:11:42l수정2019.06.14 09:13l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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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멘 난민 출신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사역하고 있는 모아드 사르끼 목사가 한국에 온 예멘 난민을 돕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예멘 난민들을 조금만 도와준다면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다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중동·아프리카 문화를 가진 예멘인들이 한국인에게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들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주시고 도움을 주신다면 난민들은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할 겁니다.”

모아드 사르끼 목사는 한국에 온 예멘 난민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자신부터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정든 고국을 떠나야 했던 난민이기 때문이다. 예멘 지하교회의 지도자로 사역하던 사르끼 목사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의 살해위협에 2009년 예멘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가족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대피하다 2013년 에티오피아에서 난민 자격을 인정해준 덕분에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곳에서 아랍교회를 목회하며 전쟁과 고통을 피해 에티오피아로 온 예멘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아직 예멘 난민 문제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을 때 방한해 한국인들에게 예멘 난민들의 절박함을 알리는 한편 예멘인 동포들을 위로하고 돌보는 일을 했다. 이번에도 그는 예멘인들을 만나며 그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데 여념이 없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모아드 사르끼 목사를 지난 12일 사단법인 피난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가장 먼저 한국에 온지 1년이 지난 예멘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같은 민족인 사르끼 목사에게는 지금의 상황을 보다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제가 한국에서 만난 예멘인들은 모두 너무나 행복해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현장에서 떠나왔기 때문입니다. 예멘인들은 지금의 평화에 감격하면서 그들을 도와준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모든 것이 한국 정부와 기관, 교회, 친절한 한국 국민들 덕분입니다.”

예멘인들이 전쟁의 포화를 피해 지구 반대편 한국까지 온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지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예멘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권력과 종교 다툼의 희생양으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에 벌벌 떨고 있다. 사르끼 목사는 기사로 보도되는 것은 사망자 숫자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내전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다른 이슈들이 나타나 난민 문제의 열기를 식혔을 뿐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거의 달라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가끔씩 올라오는 난민 관련 기사에는 여전히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댓글이 달린다. 사르끼 목사에게 이런 몇몇 한국인들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한국 국민들이 난민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든 나쁜 생각을 갖고 있든 모두 이해합니다. 낯선 사람들 수백 명이 그것도 관광지를 통해 갑자기 들어왔으니 경계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간에 결국 한국에 받아들여줬다는 점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 국민들의 친절에 거듭 감사를 전한 사르끼 목사는 조심스럽게 한 가지 부탁을 우리에게 전했다. “어찌됐든 예멘인들이 한국에 함께 살게 됐으니 그들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을 보는 시선을 조금만 달리 해주시고 한국어를 배우게 해주시고 한국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난민들은 모두 인간다운 삶을 갈망해 눈물로 고국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시면 돈을 벌어 세금도 내고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을 겁니다.”

몇몇 기독교인들이 난민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낸 것도 사실이지만 난민을 돕는 일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 중 하나 역시 교회였다. 이슬람 국가인 예멘에서 온 이들은 한국이라는 먼 이국땅에서 기독교인을 처음 만나본 이들도 적지 않다. 막연하게 기독교인에 대한 적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한국교회의 사역을 보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사르끼 목사는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예멘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예멘의 상황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 기독교에 대해 처음 접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평생 복음과 상관없는 삶을 살았을지 모르는 이들이 복음을 접할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들을 위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난민들이 알아야 할 한국법을 가르쳐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교회를 통해 이 땅의 예멘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육신의 새로운 삶 뿐 아니라 영원한 삶을 얻게 되길 소망합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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