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성 파괴 현장 남영동에서 '인권'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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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성 파괴 현장 남영동에서 '인권'을 외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6.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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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2019한국교회인권정책협의회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주관한 2019한국교회인권정책협의회가 지난 4일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렸다.

2019한국교회인권정책협의회가 지난 4일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진행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 산하 인권센터(소장:박승렬 목사)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과거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이 자행됐던 구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에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주제강연에 나선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은 “인간존엄성 파괴의 현장인 이 곳 남영동에서 과거 이 땅에서 겪었을 숱한 비참과 비탄을 상기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대개 한 개인이 겪는 불행조차도 그 맥락을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불행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데 반해 그 감당은 온전히 사회적 약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 어느 곳에서 비탄의 신음이 있다면 바로 그 곳이 사회적 약자의 자리이고 그 곳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 곳”이라며 “애도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는 자크 데라다의 주장처럼 자유와 평등을 위한 투쟁은 지난하지만 그리스도의 교회는 사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마지막으로 “남들이 하나를 짊어질 때 그리스도인은 둘을 짊어져야 한다. 정의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되, 동시에 그것에 그치지 않고 이웃의 슬픔과 비탄에 함께 해야 한다”며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천이자, 십자가를 따르는 우리들의 길”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난민과 소수자인권, 노동인권, 아시아인권, 인권교육이라는 주제로 쟁점별 발제가 진행됐다. 특히 기독교 내에서 지난 수년간 중요하게 다뤄져 온 ‘차별금지법’에 대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공동집행위원장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미류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를 처벌하기보다 시정과 권고에 무게를 둔다”며 ‘설교하다 잡혀간다’, ‘주례 안 섰다가 잡혀간다’, ‘케??안 만들어서 잡혀간다’, ‘이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면 잡혀간다’ 등 “차별금지법을 ‘기독교 말살 악법’으로 둔갑시키는 이야기들은 가짜뉴스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교회라는 ‘제도’가 사랑이 아니라 적대를 선동하는 담론을 계속 생산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것과 다른, 동료 시민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이 어떤 법인지 설명은 못하고 ‘기독교 말살 악법’이 아니라는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 토론하기 시작하는 출발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국기인권위원회 정문자 상임위원은 “인권실현을 위한 한국교회의 활동에 큰 기대와 함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최근 확산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혐오문제에 대해 한국교회의 폭넓은 지지와 혐오 표현 안 하기 자율규제 실천 등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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