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군중' 만드는 대형교회, 질적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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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군중' 만드는 대형교회, 질적변화가 필요하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6.0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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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 지난 4일 ‘대형교회 무엇인 문제인가’ 발표회

“대형교회 교인 증가는 자연스러운 것, 효과적인 사역도 가능하다”
공동체성 대신 이질성 선택, 교회의 부익빈 빈익빈 등 문제점
“대형교회는 겸손하게 나누고, 건강한 작은 교회 세워주어야”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 무조건 죄악시 할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절대선도 아닌 대형교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회장:전병금 목사)가 지난 4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대형교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연 발표회에서, 발제자들은 먼저 대형교회가 갖는 장점부터 언급했다.

루터대학교 이말테(Malte Rhinow) 석좌교수는 자신은 150여명 출석하는 중앙루터교회에 다니지만 수천명과 함께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경험을 하고 싶어 매년 몇 차례 대형교회 예배를 참여한다고도 말했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는 “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대형교회가 많아지는 것에 대해 기뻐하고 감사해야 한다”면서 “설교 내용과 목회, 카리스마, 훌륭한 인품과 희생, 좋은 구성원 등 다양한 성장 요인이 있을 뿐 아니라 대형교회이기 때문에 구제와 선교, 교육, 사회적 영향력 등에서 효과적인 사역이 가능하다”고 장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 대형교회가 갖는 장점의 이면에는 부정적 시선을 갖게 만든 역기능과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말테 교수, “기복신앙은 이기주의 바탕”
이말테 교수는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한 대형교회들이 성장주의에 빠지면서 성공의 신학을 개발했으며, 이는 기복사상과 마찬가지로 이기주의 바탕 위에 만든 신학”이라면서 “성장하는 도시교회는 가난한 교회와 나누고자 하는 마음보다 자기 교회성장만을 하나님의 복으로 보았다”고 비판했다.

이는 교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기복사상은 사람의 행동이나 율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기독교의 핵심사상 대신 가시적인 복만을 강조하는 영광의 신학으로 대체했다”며 “기복신앙에 빠질 경우 하나님을 말하지만 인간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형교회 특성 때문에 공동체적 요소가 사라지고 이질성과 개인성, 비인격적 관계들이 만들어지는 사회가 형성되는 점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대도시 속 교인들이 부담이나 구속력을 갖지 않기 위해 대형교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도시의 무명문화와 사회의 개인주의는 교회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으며, 오히려 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대형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에 작은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 작은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손봉호 교수, “교인의 명목화 안타깝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는 교회 간 부익부 빈인빅 현상에 주목했다.

손 교수는 “중소기업처럼 작은 교회들이 대형교회에 흡수되고 있으면서, 작은 교회는 존속을 위해 볼썽사나운 경쟁을 하며 안간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자본주의 약점을 보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그 속에 깊숙이 함몰되었고, 대형교회가 그런 타락을 촉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봉호 교수 역시 이말테 교수가 언급했던 것처럼 교회 공동체성 상실을 언급하면서, 익명성과 무책임을 선호하는 개별 교인들이 ‘외로운 군중’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작은 교회에서 지친 교인들에게 대형교회는 피난처가 되고, 그 안에서 주인이 아니라 손님, 섬기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는 “교인의 명목화 현상은 봉사뿐 아니라 선교와 전도, 헌금 등 여러 영역에서 반영된다. 교인 수 100명 이하 농촌교회 교인이 한 해 동안 헌금한 액수가 서울에서 1천명 이상 모이는 교회 교인보다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목회 세습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막강한 권력을 세습하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명예, 복음전파에서 손상을 가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한 교회 위해 분립개척 필요하다” 
대형교회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말테 교수는 “이제 성장을 원한다면 질적 성장을 이루고 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는 잘못된 신학을 바로 잡아야 하며, 특히 3년만에 목사안수를 주는 신학교육 과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봉호 교수는 2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대형교회는 1000명 이하의 작은 교회로 분립하고, 분립되는 교회는 담임목사가 시무하는 대신 본 교회를 부교역자에게 이양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대형교회 형태로 남고자 한다면 철저히 가난해지고 겸손해져 가진 것은 작은 교회와 세상을 위해 나눠야 한다고 요청했다.

향상교회 정주채 은퇴목사 역시 분립개척을 제안했다. 정 목사는 목회를 하면서 꾸준히 분립개척을 해오기도 했다.

정 목사는 “예장 고신총회는 교인 수 500명 이상 되는 교회들은 분립을 권고하도록 정기총회에서 결의한 바 있다”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존립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 문제에서 벗어나 건강한 교회를 세워갈 수 있도록 분립개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또 “분립 개척은 잠자는 교회 일꾼들을 분발시키고 모 교회의 영적 쇄신을 일으키는 장점이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포기하지 말고 진정한 부흥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대형교회가 영광과 위세를 내려놓고 복음적 사역에 겸손히 헌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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