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교회협 4년만에 모여 '선교'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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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교회협 4년만에 모여 '선교' 논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5.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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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한일NCC협의회 도쿄에서 열려…'공동성명' 결과로 발표

한국과 일본의 기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도모하고 교회로서의 사명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총간사:김성제 목사)는 지난 28~30일 도쿄에서 제10회 한일NCC협의회를 개최했다. 2015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의 결과로 양국의 교회 대표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의와 화해와 공생평화를 넓히는 선교의 길: 한일 교회의 사명”이라는 제목의 성명에는 정의와 평화, 생명을 가치를 실현하는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더불어 △동북아시아의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한 항구적인 평화 건설 △탈핵운동에 대한 기여 △편협한 민족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역사교육 강화 △청년지도력 육성 △이주민과 난민 인권 보호 등의 과제도 함께 담겼다.

이들은 특히 현시대 상황 속에서 선교의 의미와 역할을 고찰하면서 “피폐해진 산업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교회의 존재이유로서 선교가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하고자 한다. 신음하는 생명들을 향하여 그리스도와 더불어 함께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선교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가 선교의 근본정신을 망각하고 자기 안일과 만족에 빠져 있거나 심지어 교회 안에서마저 차별과 배제를 용인하고 나아가 성폭력 등의 사태를 묵인한다면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될 뿐 아니라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제10회 한일 NCC협의회 공동성명

-정의와 화해와 공생평화를 넓히는 선교의 길 : 한일 교회의 사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NCCK)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 (NCCJ)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인도하심으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제10회 한일NCC협의회를 동경에서 개최하였다. 협의회를 통하여 확인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전후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로부터 벗어난 한반도는 민중이 결코 원치 않았던 남북분단과 독재체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NCCK는 1970년대 이래 한국 민주화투쟁 대열에 함께 하였고, NCCJ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을 참회하며 한국 기독교의 민주화투쟁을 지원하고 연대해 왔다. 한일 NCC는 화해와 평화의 주님에 이끌려 연대하는 가운데 1984년 <도잔소회의>를 통해 세계의 교회들과 더불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2016년~2017년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여 사회적 민주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2018년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급진전되어 왔다. 한편 일본에서는 2012년 제2차 아베정부가 등장하면서 급격히 우경화로 치닫고 있다. 특히 2013년 <특정비밀보호법>이 제정된 것을 필두로 한 각종 안보관련법 제정과 헌법9조의 개정 시도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서 나아가려 하고 있다. 수정주의에 입각한 이와 같은 기조로 입헌 민주주의의 근간이 뒤흔들리고 있으며,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버려진 채로 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확립은 곧 동북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의미하는 만큼 지역 국가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요청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간 정부 수준의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고 갈등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노동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그 갈등의 맥락 가운데 있다.

문제의 밑바탕에는 전후 천황제의 문제가 있다. 천황제를 묻는 것 자체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완강하게 금기시되고 있는 정치문화가 극복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아키히토 천황에 의해 추도와 위문의 여행이 반복되었지만, 결국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책임이 불문에 붙여진 채 ‘헤이세이(平成)’ 30년이 지나고 생전퇴위에 의한 천황교체가 이루어져 올해 가을에는 황실의 종교행사에 지나지 않은 ‘대상제’ (‘大嘗祭’, 천황의 신격화)가 국가행사로 예정되어 있다. 이는 헌법의 정교분리원칙을 파괴하여 신앙의 자유를 위협할 소지를 안고 있다. 전후 74년간 일본은 식민지지배, 그리고 그 결과로서 한반도 남북의 분단과 전쟁에 대해 어떠한 책임적인 태도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동북아시아에서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평화를 이루는 데 저해되는 핵발전소와 핵무기의 문제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동경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가 일어났지만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사건의 진상과 지역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이 입은 심각한 피해를 은폐하고 있으며, 그 복구를 위해 안전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동원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탈핵 선언에도 불구하고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실질적인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모두 매우 우려스러운 사태이다.

우리는 이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며, 발전적인 한일관계의 형성과 동북아시아의평화정착을 위한 교회 간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할 뿐 아니라,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양국 정부간 상호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특별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어려움에 빠져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오늘 한일 양국은 저출산 고령화와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지속적인 증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국경에 매이지 않고 끊임없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이 지구 전체를 석권하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초래한 현상이다. 이 가운데 국내의 빈부격차의 확대와 사회안전망의 저하와 함께 외국인 배척과 혐오발언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되고 있다.

전후 74년간 그대로 방치해 왔던 재일 코리안에 대한 민족차별이 한반도 정세와 한일 관계의 악화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시작된 고교 무상화를 둘러싸고 조일관계라는 외교문제와 국민감정 배려라는 근거 없는 이유로 조선학교를 차별적으로 배제하는 정책을 계속해 온 것은 ‘관제 헤이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양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뿌리 깊은 가부장적 남성 위주의 가치가 만연해 있으며 여성과 어린이, 노인에 대한 경시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식민화와 상품화로 온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한일 양국 교회는 우리의 몸과 성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임을 알아 어느 누구의 몸과 성(性)도 돈벌이와 착취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완전하게 보장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고용허가제에 묶인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하다. 일본에서도 지금까지 기능실습제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입관법’(출입국관리법)의 개정으로 ‘특정기술’이라는 체류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양국의 교회는 배제와 혐오를 넘어 사회적 소수자들을 포용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헌신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한일 양국 교회는 피폐해진 산업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교회의 존재이유로서 선교가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하고자 한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에 대한 재인식은 인구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교세약화에 대한 교세회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급격히 변모해가는 세상의 주변 (margins)에서 신음하는 생명들을 향하여 그리스도와 더불어 함께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선교의 본질이라는 믿음을 따르는 것이다. 교회가 그 선교의 근본정신을 망각하고 자기 안일과 만족에 빠져 있거나 심지어 교회 안에서마저 차별과 배제를 용인하고 나아가 성폭력 등의 사태를 묵인한다면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될 뿐 아니라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성령으로 충만해져 생명의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따라서 세상으로 보냄 받은 나그네로서 정의와 평화, 생명이 상실되어 가는 세상에서 방황하는 영혼들에 다가가시는 그리스도(히브리서 3:12)를 따르는 선교의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교회는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여야 한다.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그 고귀한 사명을 감당하여야 한다는 것을 이번 협의회를 통해 확인하며, 다음의 구체적 과제들을 제시한다.

동북아시아의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확립하고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수호하고 나아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세울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의 교회가 협력한다.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핵무기의 피해와 핵발전 사고의 피해를 동시에 경험한 유일한 지역이면서도 핵무기와 핵발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일 교회가 전 교회적인 탈핵 운동을 통해 생명과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

편협한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젊은 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데 한일 교회가 협력한다.

사회 및 교회에서 만연한 성불평등과 성폭력을 넘어 성정의를 이루기 위해 한일 교회가 협력한다.

양국 교회 간 협력과 연대를 위한 청년지도력을 육성하고 어린이들에게 평화의 세계를 향한 감수성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한일 교회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 ‘남반구’의 세계에 빈곤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주민과 난민 등 나그네를 돌보고 그들의 인권을 지키는 데 양국 교회가 협력한다.

한일 양국 교회 사이에서 이 모든 과제들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양 교회 간 워킹그룹을 조직하여 수시로 협의한다.

 

2019년 5월31일

한일NCC협의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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