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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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부재
  • 조성돈 교수
  • 승인 2019.05.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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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아버지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 상징되는 가정의 권위가 사라졌다. 누군가 존경하고 믿고 따를 수 있는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어찌 가정의 문제만이겠는가. 이 탈권위시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아버지는 권위적이었다. 그는 말도 함부로 붙일 수 없는 대상이었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면 대개 어려움이었고, 심지어 폭력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런데 탈권위시대가 되니까 가장 희화화 되는 대상이 아버지이다. 심지어 가정에서 순위를 따지면 강아지 다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최근 재밌게 보는 문화현상이 있다. 부쩍 TV에서 먹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면서 눈에 띄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 연예인들을 보면 정말 상상초월의 젓가락질이 등장하기도 한다. 검색사이트에 연예인의 젓가락질을 검색어로 찾아보면 별의별 모양들이 다 나온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도 젓가락질이 정상적이지 않다. 자기 편한 대로 잡다보니 모양이 우스워진 것이다. 20년 전에 나온 노래 중에 ‘DOC와 춤을’이란 것이 있었다. 그 가사를 보면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 잘 먹나요/ 잘 못하고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나는 나에요 상관말아 요요요’

20년 전 나온 이 노래는 예언이 되었는지, 아니면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제 올바른 젓가락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아버지 부재의 문화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 내가 자랄 때는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면 아버지에게 혼이 났다. 별로 나눌 것이 없었던 부자지간은 밥상에서 여러 가지 훈계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중에 하나가 가풍(家風)에 대한 것이었고 젓가락질은 배운 집에서 보여주는 하나의 표징이었다. 그래서 젓가락질에 대한 지적은 자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젓가락질을 학원이나 가야 배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아이에게 젓가락질에 대한 훈계를 꺼내 놓으면 도리어 면박을 당할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입을 다물게 되고 가풍이나 표징은 사라진 것이다.

당연히 가정이 더 건강해진 모습일 수 있다. 민주적이 되고 친근하게 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로 드러나는 집안에서의 가르침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랬더니 각 곳에서 혼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교회에서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교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30대 남자 교인이 이런 말을 한다. 50대의 멘토를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신앙적인 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요즘 아버지를 잃어버린 이들이 믿고 의지할 어른을 찾고 있다. 그것을 멘토라고 칭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니 요즘 아버지를 주제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 등이 꽤 많이 나타나고 있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도 버렸다는 말처럼 우리는 권위주의를 버리다 마음을 의지할 권위마저 잃어버렸다. 신앙은 결국 하나님의 신적 권위에 순종하는 것인데 이 아버지마저 잃어버릴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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