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면 출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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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출세하라!”
  • 정석준 목사 신성교회
  • 승인 2019.05.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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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78

토박이 성씨들이 대대로 모여 사는 동네에 이북 출신의 아버지가 설 땅은 거의 없었다. 동네 건달들을 휘어잡는 어머니의 여장부적 기질과 ‘제 앞가림’의 처세에 밝은 양같이 순한 아버지의 인격이 그 동네를 견뎌내는 유일한 힘이었다. 그래서 양반네를 자랑하는 동네 토박이들과 ‘꽁생원’ 소리를 듣는 아버지 사이엔 묘한 관계가 형성됐다. 기득권의 등등한 권세와 근검절약의 타향살이 속에서 얻어낸 아버지의 ‘부’가 언제나 짐짓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의 소지를 방지하고, 풀어낼 수 있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했다.

1978년,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배경으로 하여 작가 ‘조세희’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a small ball shot by dwarf. A dwarf Launches a Little ball)”이라는 작품을 냈다. ‘A Small Ball Shot by a Midget.’ 라는 제목으로 1980년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바쁜 힘없는 서민을 ‘난쟁이’로, 돈 있는 부자들을 ‘부동산 투기꾼(speculator)’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들의 상반된 삶에서 표출되는 여러 가지 갈등을 전적으로 빈자들의 입장에서 표현해내므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The Dwarf was a best-seller in Korea)’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신기하다. 돈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알아듣는다.” 인도출신으로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한 소설가 ‘아라빈드 아디가(Arbind Adiga)’가 한 말이다. 제법 가졌다는 자의 오만에서 나오는 힘과 권력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 한편, ‘출구’없이 내몰리는 삶 속에는 가난한 자의 비굴함이 숨어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함께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라”는 절대로 현실 속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는 모순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는 보는 이에 따라 ‘암울했던 참담한 시기’와 ‘경제성장의 때’로 양분된다. 역사의 어느 시점에도 평화, 평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때는 없다. 소위 졸부들의 천박한 교만과 방종 그리고 ‘없는 자’의 비겁과 굴종의 대립이 있을 뿐이다. 이 와중에 호황을 누리는 부류는 현란한 ‘말장난’으로 한몫을 챙기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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