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제임스 성경

황의봉 목사의 교회사 산책 영국의 청교도 운동(3) 황의봉 목사l승인2019.05.21 14:53:36l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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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년 영국의 제임스 1세가 지시하여 번역한 영어 성경인데 한자로는 흠정역(欽定譯)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영국 국교회(현 성공회) 전례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왕이) 인가해 줌’이란 의미입니다. 당시 영국에서 보편화된 칼뱅의 제네바 성경은, 출애굽기 1장의 바로의 왕명에 저항한 히브리 산파들의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풀이하여 국왕에 대한 저항권을 인정하는 등, 왕권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던 데다가 성공회 주교들이 칼뱅의 역본을 사용하기에는 자존심 상해서 성경을 다시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킹 제임스 성경은 히브리어 마소라 사본과 구 라틴역 성경, 틴들의 영역 사본 등을 바탕으로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번역 작업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1611년에 번역이 완료되었고, 1612년 로마체로 인쇄되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킹 제임스 성경은 영국 역사에 2가지 큰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교회가 아니라 왕의 명령으로 만들어낸 성경이고, 또 하나는 본격 인쇄기로 대량 생산하여 온 국민에게 보급하는 데 성공한 영어 성경이라는 점에서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을 잇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신앙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영국의 우수성을 온 유럽에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이 오래된 역본이 역사적, 문학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체가 아름답고 구어적 표현이 살아있는 반면, 문법은 최대한 고풍스런 고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구절이 짧은 것도 특징입니다. 또 가장 널리 퍼지고 오래됐기에 여러 문학 작품이나 성가, 아브라함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등의 각종 역사적 연설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할 일이 있으면 모두 킹 제임스 성경을 기준으로 사용했으며 그 때문에 3억 5천만 명의 개신교 인구 중 1억 5천만 명가량이 킹 제임스 성경을 사용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어권에서는 가장 익숙하고 인기가 많은 성경입니다.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제임스 성경이 완성된 지 20년이 지난 후, 1631년 왕실 식자공인 윌리엄 바커와 조지 루카스의 판본에서 실수로 10계명의 “간음하지 말지니라”(Thou shalt not commit adultery) 부분의 ‘not’ 이 빠진 채 인쇄돼 버려서 졸지에 해당 구절이 “간음할지니라(…)”로 표기되는데, 하필 10계명에 저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탓에 해당 오자는 일약 유명해졌고, 전 유럽이 배를 움켜잡고 박장대소했습니다.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찰스 1세는 노발대발했고, 해당 실수를 저지른 식자공에게는 300파운드라는 무거운 벌금형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출시된 판본들은 회수 조치 및 소각 처분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것은 성서무오설에 대한 아주 유명한 반박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인쇄 단계에서의 실수와 같은 인간의 실수, 잘못이 개입되면서 성경이라 할지라도 의미가 바뀌거나 할 수 있다는 너무나도 확실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근세의 활판 인쇄상의 실수가 가능하다면, 인쇄술이 없던 고대에 필사의 실수나 구전의 실수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17세기의 변증신학을 찾아보면 언제나 기준이 되는 판본들로 얼마든지 분별해낼 수 있기 때문에 오류를 막을 수 있다는 언급과 반론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평안교회 담임

황의봉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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