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온 편지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62) 이찬용 목사l승인2019.05.21 14:50:33l수정2019.05.21 14:52l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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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대요. 가족이 함께 사는 가정은 맞지만, 정말 가족공동체로 함께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가족이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건 일주일에 몇 번쯤이나 될까요. 가족이란 이름으로 이산가족의 삶을 사는 건 아닐까요?

제 어린 시절 가족들의 평범한 삶은 가족이 당연히 한 식탁에서 식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온 동네가 왁자지껄하고, 목욕도 하고, 새로운 옷도 시장에서 어머니가 사오시면 그 옷을 머리맡에 두고, 명절날 아침이면 입을 걸 기대하며 자곤 했거든요. 이 가정의 달, 5월이 너무 무의하게 그리고 무표정한 회색지대로 지나간다는 느낌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얼마 전 제 친구 목사님이 인터넷에서 퍼온 ‘어느 요양원 할머님의 글’이라며 제게 보내준 글입니다. 가정의 달에 내가 가정에서 갖는 위치는 어디이고, 가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글이길 소망합니다.

“저어~ 여보시오. 돈 있다 위세하지 말고, 공부 많이 했다 잘난척하지 말고, 명예가 있다고 뽐내지 마소. 나이 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너나 없이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내 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양 남을 업신여기지 마시구려. 내 형제 내 식구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게 웃는 얼굴로 미소 지으며 날 이렇게도 잘 돌보아 주더이다. 

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고, 대학가면 사촌이고. 군대 가면 손님이고,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어이다. 장가가면 사돈되고 애 낳으면 내 나라 국민이요. 이민 가니 해외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 되고,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가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구려~ 자식들 모두 출가 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는 일은 마시오. 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

아들아~! 결혼할 때 부모 모시겠다는 여자 택하지 마라.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 마라. 네 효도는 너 잘사는 걸로 족하거든…

네 아내가 흉을 보면 네가 속상한 거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엄마도 사람인데 알면 기분이 좋겠느냐. 모르는 게 약이란 걸 백번 곱씹고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혹시 어미가 약해지거든 조금은 보태주거라. 널 위해 평생 바친 엄마이다. 그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널 위해 희생했다 생각지는 않지만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책이 들지 않겠느냐?”

부천 성만교회 담임

이찬용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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