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에 머무는 기독 영화…경계 허물어야"

사랑영화제・문화선교연구원 씨네포럼 개최 손동준 기자l승인2019.05.10 16:39:06l수정2019.05.10 22:55l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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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영화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다' 주제로 열려

한국 교회 위기와 미디어 변화 속 나아갈 길 모색

▲ 신현원 감독 작품 '소명2'의 한 장면.

한국교회의 위기와 뉴미디어의 발전이라는 상황에서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의 기독 영화가 기독교인들을 위한 영화를 넘어 선교적 영화로 지평을 넓히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집행위원장:배혜화 교수)와 문화선교연구원(원장:백광훈 목사)이 함께 지난 10일 필름포럼에서 ‘선교영화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씨네포럼 ‘한국 선교 영화를 다시 생각하다’를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문화선교연구원 김지혜 책임연구원이 ‘’플랫폼 혁명 시대의 기독 영화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연구원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플랫폼 혁명’ 시대와 맞물려 기독 영화가 ’문화선교’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선교 다큐멘터리 영화가 강세

그는 먼저 199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기독 영화의 제작 추이를 밝혔다. 1990년대는 침체기라 해도 좋을 만큼 기독 영화가 드물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선교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그 분기점이 된 영화가 바로 신현원 감독의 ‘소명’(2009)이다. 김 연구원은 “소명은 서울국제영화제가 기독 영화인상을 제정한 해에 나온 영화로 지난 10여년의 역사를 살펴볼 때 매우 상징적”이라며 “기독 영화라고 할 만한 영화, 그것도 선교사를 다룬 영화가 극장이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상영됐다.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걸리는 경우가 드물었던 상황에서 기독 다큐멘터리가 약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에 영화계에서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소명’은 아마존 오지에서 바와나 부족의 언어를 배우며 문자를 만들어 그들을 교육하고 사전과 성경을 만드는 강명관 선교사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 연구원은 “감동은 물론이고 이국적인 풍경과 타 문화권에 대한 호기심 등이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며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어 일반 다큐멘터리 영화나 종교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여러 기독영화가 제작되거나 수입, 배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제·장르적 한계는 아쉬워

한국 기독 다큐멘터리 영화의 대표작은 ‘소명’ 이전에도 2005년작 ‘팔복’이 있었다. 소명을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기독영화가 제작됐다. 그러나 2009년 이래 30여 편 가운데 직접적으로 선교와 관련된 것이 절반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이 점은 한국 기독영화 역사에 있어 고무적이면서도 과제를 안겨주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독영화의 열악한 제작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독교인 대중에게 소비되는 관심사가 선교와 같은 주제가 아니고서는 흥행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신앙적 담론의 다양성이 추구되지 않거나 혹은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문화적 토양이 점차 보수화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요구되는 지점”이라며 “기독영화 담론이나 주제의식에서 다양성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 담론의 장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에서 풍자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삶과 일관되지 않은 신앙, 거룩함을 말하지만, 세속적인 신앙인들임을 고려하면 어디에서부터 간극이 벌어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장을 기독 영화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교 다룬 영화에서 선교적 영화로

김 연구원은 “안타깝게도 최근에 이를수록 기독 영화는 극장이라는 플랫폼에서 기독교인만을 위한 감화와 교육의 목적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멀티플랫폼 적 상황이 영화의 경계, 콘텐츠, 스토리텔링과 형식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독교 영화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선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서 ‘선교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기독 영화 콘텐츠 제작에서 장르나 형식, 내용 면에서 다양한 시도와 모험이 가능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독교 전통이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어떻게 세상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하며 씨름하는 창작자들에게 기독교적 가치와 해석, 진리를 담아 창조적인 문화 콘텐츠를 생산, 가공, 유통, 공유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교회가 공적인 실천을 할 때 성서와 종교의 전통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성품 계발에 힘쓰는 방식으로 종교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식과 동시에 다른 종교, 집단, 일반 시민 등 수많은 타자와 대화하거나 토론하는 등 관계 맺음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는 찰스 테일러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교회의 위기와 뉴미디어의 발전이라는 상황에서 기독 영화는 새로운 플랫폼을 공론의 장으로 삼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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