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향한 한국교회 편애를 멈춰주세요"

[인터뷰]팔레스타인 기독교인 청년 바나 아부 졸루프 손동준 기자l승인2019.05.09 17:22:38l수정2019.05.15 00:30l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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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전체의 3%불과하지만 중요성 '메시아닉 주' 못지 않아
이스라엘 선호 이면의 세대주의 종말론 및 근본주의적 신앙 직시해야

▲ 팔레스타인에서 온 25살 유학생 바나 아부 졸루프 씨. 그는 팔레스타인에도 소수이긴 하지만 5만명이 넘는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음을 밝히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한국교회의 편애를 멈춰줄 것을 호소했다.

이목구비가 크고 또렷한 청년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나오는 배우가 옷만 현대식으로 갈아입은 듯하다. 그는 “안녕하세요”하고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밝고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어로는 아직은 기본적인 회화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겸양을 떨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이룬 경지임을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언어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24일 종로5가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 바나 아부 줄루프 씨는 올해 25살로 예수님이 태어난 베들레헴에서 왔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성공회대학교 아시아 비정부기구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 팔레스타인에 자신과 같은 크리스천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에도 기독교인이 산다

한국교회의 이스라엘 사랑은 지극하다. 학계에는 ‘이스라엘’이라는 명칭이 붙은 기독교 계통 학회들이 다수 존재하고 이스라엘의 입장만을 편중되게 다루는 언론사도 있다. 보수교계가 대표주자로 나서는 반동성애 집회에서는 태극기, 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가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이런 현상에는 복잡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스라엘에서 무슬림들을 완전히 몰아낼 때 그리스도가 재림한다고 믿는 세대주의적인 신앙과 이를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한다는 근본주의적인 신앙, 아직도 유대인을 선민으로 생각하는 그릇된 생각, 미국이라는 공통된 동맹국의 존재에서 비롯되는 유대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교회의 이스라엘 선호현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메시아닉 주’의 존재다. 예수를 메시아로 믿고 따르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팔레스타인 내에 존재하는 기독교인의 존재는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팔레스타인 내에는 5~6만명가량의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한 소수이긴 하지만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한국교회는 이스라엘을 향한 일방적인 편애를 재고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바나 씨는 이점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단순한 응원을 넘어 팔레스타인과 그 땅에 사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에도 기독교 공동체가 있고 그 결속력이 강합니다. 우리는 기독교가 시작된 곳, 그리스도가 태어난 성지에 살고 있습니다. 저의 집은 예수님이 태어났다는 예수탄생기념성당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그곳을 자주 갔습니다. 거기서 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에게 저는 있지만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제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온 세계가 우리를 무시한 채 방치하고 있고, 기독교인들조차도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세계에는 기독교인들의 연대가 있지만 그들은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일대로 떠나는 일명 ‘성지순례’는 어떤가. 그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적의 성지순례객들이 해마다 찾아오지만, 그들조차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의 존재를 모를뿐더러 알고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이스라엘 정부의 식민지 정책이 있다고 지목했다.

“우리는 아주 고독합니다. 많은 여행자가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을 방문합니다. 이 여행의 가이드들은 거의 모두 이스라엘 지지자들이고 가이드가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측의 주장과 같습니다. 그래서 여행객들은 팔레스타인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돌아갑니다. 우리는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관광객과 가이드가 말하는 내용을 통제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전략입니다. 이스라엘은 고고학적 발견과 유적 등을 약탈할 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의 성과로 설명합니다. 그것은 식민지 정책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생존 문제 직면한 팔레스타인 청년들

전 세계가 외면하는 사이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고 바나 씨는 힘주어 말했다.

“많은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땅과 조상들의 땅을 빼앗았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도 해외 기독교인들은 우리와 연대하지 않습니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우리는 다른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연대가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존재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지를 지킨다는 것과 식민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이중고 처해 있습니다.”

이스라엘로부터 자행되는 폭력과 억압은 특히 바나 씨와 같은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꿈을 펼칠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은 젊은이들에게 일상이 됐고 이동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도 희박하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가족을 갖고 집을 소유한다는 매우 일반적인 소망조차 갖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자리도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이스라엘 쪽에서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억압적인 메커니즘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동시에 언제 투옥되거나 맞아 죽을지 모르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제 친구도 2년 전에 이스라엘 병사에 의해 맞아 죽었습니다. SNS를 보면 어제 같이 있던 친구가 맞아서 수술중이라거나 이스라엘 병사에 의해 잡혀갔다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이런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언제든 자신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낍니다. 친구와 함께 놀거나 차를 마실때도 자유롭지 않고 길거리를 걸을때 손을 주머니에 넣을 수조차 없습니다. 전화나 인터넷, 페이스북 등이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공포감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측에서 페이스북 게시글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사람을 구속하고 투옥하기도 했기 때문이죠. 우리의 자산을 몰수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상존합니다. 이스라엘 법에는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공터를 몰수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스스로 땅을 지키기 위해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밤중에 올리브 나무를 무단으로 뽑고 땅을 몰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인간적인 처사입니다.”

 

▲ 한국의 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바나 씨는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역사 가운데 정서적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팔레스타인 역사적 유사점 많아

바나 씨는 식민지배를 당했던 한국의 역사와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상황 가운데 적지 않은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이나 5.18 민주화 항쟁에 관해 공부하면서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권력자의 폭력으로부터 권리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나선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감상을 밝혔다.

또한 지난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당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분노했던 것과 같은 감정을 우리는 오늘날 겪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한국인들의 분노는 무력하게 자녀를 잃고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에서 기인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바나 씨는 “갑자기 팔레스타인을 도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소수이긴 하지만 소수의 진보적인 교회들과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상황을 알리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도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운동에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는 BDS운동(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행위를 중지시키기 위한 정치적 및 경제 압박 강화를 목적으로 한 국제 캠페인)에 의식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 일환으로 이스라엘에 군수물자와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과 주시를 당부했다. 또한 미트리 라헵 목사(Rev. Mitri Raheb)가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담은 보고서 ‘카이로스 팔레스타인’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 이 문서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한국어로 열람이 가능하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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