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은 행복하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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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은 행복하게 물러났다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9.05.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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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 영어 - 77

“형제간에 절대 싸우지 마라.” 늦게라도 ‘신앙’을 가질 수 있었음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유언이다. 소위 믿음의 큰 능력자는 아니셨어도, 다 큰 자식들이 찬송을 부르는 가운데 정말 평안하게 그분은 67세의 일기를 마쳤다. 목사인 나는 짐짓 태연한 척 애를 썼지만, 목석같았던 형은 목 놓아 울었다. 그러나 아버지 나이에 가깝게 될수록, 그분 생애 속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는 깊은 교훈으로 우려내고 있다. 

일왕 ‘아키히토’가 생전에 퇴임식을 가졌다. “신이라 불리 우는 가문”에서 태어나 아버지 ‘히로히토’의 뒤를 이어 30년간 ‘헤이세이’ 시대를 이끌어왔다. 살아서 물러난 경우로 202년 만이라고 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그러나 만일 ‘히로히토’가 그 아들만큼이나 평화적이었다면 일본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추측도 생겨났다. 물론 민족성의 문제기도 하지만, 그는 국민의 신뢰와 경애를 받았다. “헌법을 지켜 이에 따라 책임을 다하겠다”는 즉위시의 소감을 따라 살아온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여러 경우에 있어, ‘맡고 있던 직책이나 직위에서 물러남’을 ‘퇴임 혹은 사임,retirement, resignation’이라고 한다. 특히 임금이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양위, abdication, demise of the Crown’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재산의 경우 ‘상속’이라는 별개의 명칭을 포함해서 그것이 자식에게 대물림되면 모두 ‘세습,succession, hereditary’이 된다.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세습’이라는 어휘적으로도 합당치 않은 단어에 고통을 받고 있다. 바로 ‘자식’에게 물려주었다는 이유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두 ‘욕심’이 빚어낸 산물이다.

교회에 침투한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유물론적 이분법은 어느 틈엔가 너무 쉽게 ‘혁명’이라 말에 익숙한 사회를 만들어냈다. 어린아이들조차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혁명은 혁명을 부른다.” “싸워서 얻어놓은 것은 투쟁을 통해 피 흘리며 잃게 된다.” 역사의 진리들이다. 설령 임기 내내 무제한의 권력을 행사했더라도 이어지는 다음 정권에 행복하게 넘길 수 있으면 이로서 ‘자유민주주의’는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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