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제는 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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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제는 약이 아니다
  • 송태호 원장
  • 승인 2019.05.07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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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④ 행복한 신앙

요즘 사회에서 개인의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질병의 경우도 발생 후의 치료뿐 아니라 생기기 전의 예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곳곳에 질병을 예방하고 기능을 개선시킨다는 건강 보조제가 넘쳐 난다. 심한 경우에는 아침마다 알약 한 웅큼을 먹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끼리 모이면 어떤 제품이 효과가 좋은지에 대해서 토론도 활발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게 좋다더라 하면 이것의 매출이 급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건강보조제를 선택하는데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병원은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매우 높다. 당연히 만성 성인성 질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남편을 여의고 자식들은 모두 출가시키고 혼자 교회에서 믿음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을 낙으로 알고 사는 70대 권사님은 당뇨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한다. 꼭 병원에 미리 와서 대기하다가 아침 식후 2시간 혈당을 재고 진료를 받으며 조절도 잘되는 환자였다. 

몇 년 전 어느 날, 평소처럼 내원한 권사님의 혈당이 꽤 높아져 있었다. 권사님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환자와 의사 둘이 머리를 맞대고 ‘조절이 잘 되던 혈당이 왜 갑자기 높아졌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갑자기 혈당이 높아지는 것은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었거나 스트레스에 크게 시달린 경우,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등 몸이 정상 상태가 아닌 경우 혹은 혈당을 올리는 무엇인가를 먹었을 경우이며 자연적인 병의 경과상 저절로 병이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고민’ 결과 혈당을 올린 범인으로 강력히 의심된 것은 자식이 보내준 글루코사민이었다. 관절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자식들이 선물한 정성을 생각한 권사님은 의사와 상의도 없이 꼬박꼬박 글루코사민을 복용 했던 것이다. 증거가 없지만 일단 다른 요인이 없으니 글루코사민을 중단하도록 하였다. 몇 개월 후에서나 비로소 혈당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글루코사민과 당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뇨에 나쁘다, 상관 없다 등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있으나 동물실험에서는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났으며 2012년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시험관 실험이긴 하지만 과다복용,장기적 복용의 경우 췌장 세포의 사망률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건강보조제를 복용하여 기존의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정상으로 혈압이 잘 조절 되던 70대 집사님은 자식이 ‘고혈압에 좋다’며 선물한 양파즙을 아침 저녁으로 복용하다가 속이 아프고 자꾸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에 왔다. 진찰결과는 급성 위염과 낮은 혈압이었다. 양파즙이 위장을 자극하여 위염을 일으키고 혈압약의 효과를 상승시켜 혈압을 떨어뜨린 것이다. 양파에는 케르세틴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이 딱딱하게 굳어진 혈관을 말랑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있어 혈압약의 효과를 상승시킬 수도 있다. 이들 모두 자신의 상태를 무시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강 보조제를 먹은 결과이다. 건강식품은 자주 다니는 동네의사에게 한 번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 권사님의 경우 매달 병원을 방문하니까 이상을 바로 발견하였지만 대학병원처럼 1년에 몇 번만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였다면 이상도 늦게 발견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치료도 힘들었을 것이다. 자주 봐야 사소한 이상도 빨리 알 수 있는 법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존재이므로 믿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주일을 잘 지키고, 교역자들과 자주 교제해야 믿음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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