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렇게 하면 속이 후련한가
상태바
[기자수첩]그렇게 하면 속이 후련한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5.07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지난달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드려졌다. 실내에서 드려진 만큼 규모에 방점을 찍기는 어려웠다. 다만 ‘의미’라는 측면에서는 몇 가지 긍정적인 지점들이 보였다. 

‘사회의 약자’인 이주민과 탈북민들을 순서자로 올렸고 모인 헌금을 이들 단체에 전달했다. 

특히 현장에 모인 2만여 명의 교인들이 ‘부활절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던 모습은 올해 행사의 백미였다. 참석자들은 3.1운동을 이끌었던 100년 전 선배들처럼 교회가 민족의 역사 속에서 바람직한 역할을 할 것을 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이밖에 최근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슈가 된 ‘낙태’에 대해 반대하는 대목도 실렸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부활절을 맞은 교회가 마땅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교회의 절기 가운데 생명에 대해 돌아보기에 부활절만 한 날이 또 있을까.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이주민과 탈북민을 위한 기도를 해놓고는 선언문에서 ‘무분별한 이슬람 우대정책’을 운운한 것은 엄밀하게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편 이튿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선언문에 태클을 걸어왔다. 차별금지법과 이웃종교에 대한 언급이 불편했던 교회협은 올해 부활절 선언문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성경’보다는 ‘정치적 올바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낙태 반대의 메시지를 담은 부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선언문이 ‘부활절’에 나왔다는 특수성까지 생각하지는 못한 것 같다. 

가뜩이나 교회협은 수년 전부터 부활절연합예배를 보이콧 하면서 한국교회가 모처럼 하나 되는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구태여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어깃장을 놓은 것은 부활절 다음날 할 일은 아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