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 컬쳐, 그리고 20분간의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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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 컬쳐, 그리고 20분간의 설교
  • 차성진 목사
  • 승인 2019.05.0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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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진 목사의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②

SNS상에 주목 받는 영상들 속에는 공통점이 하나 존재합니다. 길이가 5분이 넘어가는 영상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영상이 1분 30초 혹은 50초 안에 끝납니다. 이런 현상을 ’스낵 컬쳐’라고 이릅니다. 사람들이 스낵을 가볍게 먹듯이, 모든 종류의 문화컨텐츠를 짧게 소비한다는 뜻이지요. 이 추세에 맞추어 영상도, 기사도, 광고도 그 길이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지요. 이러한 스낵 컬쳐에 익숙해져 있는 친구들을 자리에 묶어 놓고 우리는 매주 최소 20분짜리 설교를 해야한다는 것.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러므로 우리도 설교를 짧게 하자’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이것이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컨텐츠들 중에서는 여전히 길이가 긴 것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초미의 관심 아래 이번 달 개봉 예정인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경우 상영 시간이 3시간을 넘길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강의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TED에는 여전히 20분을 넘기는 강의들도 적지 않은 조회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낵 컬쳐가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컨텐츠들은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요? 

핵심은 이야기의 구성력에 있습니다. 스낵 컬쳐의 영향 때문에 허락된 시간은 적으나,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니, 이야기의 뼈대만을 추려 치밀하고 견고하게 세워야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스낵 컬쳐의 컨텐츠들은 내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당신들은 이 주장을 왜 들어야하는지, 나는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 주장을 이야기하는지를 짧고도 명료하게 제시합니다. 즉, 스낵 컬쳐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장황하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컨텐츠가 아닌, ‘논리적으로 잘 짜여진 컨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르게 말해서, 논리와 개연성이 충분한 이야기라면 설령 그 컨텐츠가 길어도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반면 장황하거나 설득력 없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사람들은 급격히 집중력을 잃는다는 말도 되겠지요.

만약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들은 내 주장을 힘들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달하는 방식에 힘들어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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