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헌장에는 기독교국가 건국의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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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헌장에는 기독교국가 건국의지 담겼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4.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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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 지난 27일 한국중앙교회서

박명수 교수 “민족자결주의는 패전국 식민지뿐 아니라 모든 약소국 위한 것”

“당시 사회는 다양한 종교·사상 공존…기독교만의 영향으로 볼 수 없어” 반론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가 지난 27일 한국중앙교회에서 ‘교회와 민족: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에 미친 영향-기독교적 민주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맡았으며 장동민 교수(백석대)와 박응규 교수(아신대)의 논평 및 토론이 이어졌다.

3.1운동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이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역사학계에서 민족자결주의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식민지에만 해당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것이라 여긴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명수 교수는 기존의 해석에 반박하면서 “윌슨은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할 때 모든 피지배 국가와 저개발 국가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힌 것”이라며 “윌슨은 국제정치에 있어 도덕적 이상을 추구했던 장로교 신자였다”고 주장했다.

의도와 결과야 어찌됐든 민족자결주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지지를 받았다. 박명수 교수는 그 이유를 미국 선교사들이 형성한 미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세계는 미국을 유럽제국과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 생각하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던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역시 기독교적 민주국가를 세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임시정부 헌장은 대한민국을 신의 뜻에 의해 성립된 나라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식이 분명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한민국 임시헌장 크게 보아서 미국의 헌법을 따라 만들었고 윌슨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참여하려 했다”며 “윌슨과 기독교, 민주주의, 그리고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동민 교수는 논평에서 “이번 발표는 임시정부 헌장과 선포문에서의 신(神)이 기독교의 하나님을 가리키며 윌슨의 영향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린다”면서 “하지만 1910~1920년 당시는 기독교에 근거한 미국식 민주주의 뿐 아니라 공산주의, 아나키즘, 사회진화론, 대종교, 천도교 등 다양한 종교와 사상이 공존하고 투쟁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천도교 역시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교리로 시작해 신분제 폐지를 요구하는 등 민주공화정을 추구했다. 같은 방식으로 임시정부의 민주공화정은 천도교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과거 기독교의 선한 영향력은 자랑스러운 역사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기보다 현 시대 기독교와 한국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성찰하는 것도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주제강연 이후 이어진 연구윤리강연에서는 이일호 교수(연세대)가 자기 표절과 중복게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교수는 “자기표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양질의 연구 결과물을 기대했던 독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기표절을 피하려면 선행연구에 대한 출처표시를 철저히 하고 선행연구의 상당 부분을 가져다 쓸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기표절의 경우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훔친 것이 아닌 자신의 저작을 반복한 것인 만큼 어디까지를 자기표절이라 정의해야 할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존 연구와 독자층이 달라지거나 논문을 논문집, 또는 학술행사 자료집에 게재하는 경우, 자신의 여러 선행연구들을 일정 부분 새로운 연구에 활용하는 경우는 자기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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