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는 자와 함께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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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는 자와 함께 울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4.08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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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상 최악의 화마가 강원지역을 휩쓸었다. 이 산불로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사상자 한 명과 부상자 한 명, 그리고 8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규모는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산피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정부는 급기야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강원도 산불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각계각층에서 피해 복구를 위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과 단체들을 비롯해 특히 유명 셀럽들의 기부소식이 전해지면서 개개인의 성금 모금도 빠르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네티즌들은 “역시 멋지다! 기부는 사랑”이라며 화답했고 동시에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선한 영향력’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본인의 기부 인증 샷을 올리면서 서로서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비교적 잠잠하다. 물론 연합기관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각 교단별, 그리고 NGO단체들이 긴급 모금운동과 구호활동을 펼치는 등 귀한 구슬땀을 흘려주고 있지만 세상 속 연예인들의 ‘떠들썩한’ 기부행렬과 견줘보면 너무 ‘조용’한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국내외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데 두 팔을 걷어 부친 한국교회의 저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건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다. 가령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당시 꽤 많은 청년들이 봉사자를 자처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기자도 그 중 한명이었는데 교회가 버스까지 대절하면서 참여를 독려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고난주간이다.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강도 만난 자를 돕는 ‘선한 사마라이안’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당장 강원도로 향하라는 말이 아니다.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무조건 구제헌금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번 산불로 고통 받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한 뼘씩만 더 커졌으면 좋겠다. 하루 1분이라도 기도로 이재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성숙한 우리들이 모여 ‘기적’을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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