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폭력 NO!’… 예방보다도 목회자의 자기 점검 우선
상태바
‘교회 성폭력 NO!’… 예방보다도 목회자의 자기 점검 우선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4.04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계로 확산된 ‘미투운동’ 그 후 1년

지난해 4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는 큰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목회자와 교인의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 피해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터져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도덕적 윤리적으로 더욱 엄격해야 할 목회자의 기본자질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됐다.

▲ 지난해 4월 사회 전반을 휩쓴 ‘미투운동’이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그동안 음지에 있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총회 차원에서 예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미투운동’의 파급력에 대해 김애희 센터장(기독교반성폭력센터)은 “교회 성폭력을 개인의 수치나 불운으로 이해하지 않고 구조적 문제로 이해하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교회 내부적으로도 성폭력 제보나 피해를 처리할 시스템의 미비함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김 센터장은 “교단의 헌법체계 안에서 성범죄에 대한 인식수준이 너무 낮은 상태”라며, “교단별로 법을 제각각 해석하고 집행해 아직까지 합리적으로 처리한 선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라고 밝혔다.

교단별 예방 노력 확산

‘미투운동’을 계기로 한국교회는 목회자 성범죄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게 됐으며, 예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성폭력 문제에 소극적 자세를 취했던 대다수의 교단들도 ‘미투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예방과 대책을 위한 활동에 나서게 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최기학 목사)는 지난해 5월 한국교회 최초로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신고·상담창구’(02-6959-2191)를 개설했으며, 교회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발간했다. 또 임원회 자문기구인 교회 성폭력 대책위원회(위원장:이경희)를 설치해 성폭력 상담창구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리상담과 피해자 보호활동을 벌인다.

목회자 자격에 있어서도 제한을 두기로 했다. 통합총회는 목사의 자격 중 성폭력 범죄로 처벌 받은 사람은 목회자가 될 수 없게 하는 헌법 개정안이 지난해 총회에 상정됐으며, 현재는 헌법개정위에 넘겨진 상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이승희 목사)는 교단 산하 교회 사역자를 대상으로 올해 4월 총 4개 권역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합동총회 차원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인천의 청년부 목사가 10대 여성교인을 상대로 일으킨 ‘그루밍 성범죄’가 소속 교회의 문제임을 확인하면서 교단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소속 노회에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기로 했으며, 가해 목사 아버지인 담임목사에게도 총회 내 모든 공직과 활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감리회는 ‘성폭력대처 매뉴얼’을 제작해 각 연회 감리사들에게 소책자를 전달했으며, 감리회 여선교회전국연합회를 비롯한 각 지방 회장들에게 배포했다. 기장총회(총회장:김충섭 목사)는 지난해 성차별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총회 성윤리 강령’을 채택했으며, 상설기구로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성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일 뿐 아니라 교단적 차원에서도 심각히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예방 메뉴얼만 있어, 처벌엔 소극적

이렇듯 연이어 터진 성폭력 의혹에 교단들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 성폭력 문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예방교육 및 피해자 상담 등의 활동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치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사회법에 비해 교회법은 성범죄에 대한 징계범위, 치리방법 등의 처벌규정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기장총회 이혜진 목사(양성평등위원장)는 “기장총회는 지난해 성폭력대책위원회가 조직돼 활동 중이지만, 강제력이 없다보니 노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목회자는 노회 소속이기 때문에, 노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처리나 처벌을 하지 않는 이상 총회가 법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

이 목사는 “목회자 의식의 변화와 교육, 제도의 법적 개선이 함께 가야할 것”이라며, “목회자 스스로 윤리강령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돕고, 문제 발생 시 교회와 노회가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매뉴얼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폭력 문제로 논란이 불거졌지만, 교단 차원에서 미온적인 대응을 하거나 ‘솜방망이’식 처벌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감리회의 J목사는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5명이나 나타났음에도 교회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피해자 3명에 대한 추행이 고소시한(3년)이 지났고, 나머지는 증거가 불충분하단 이유로 교단 내 심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는 “사회법에서 성폭력의 공소시효는 기본 10년이며,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러나 감리교는 5년이며, 교회법이 아닌 사회법으로 소송을 진행할 경우 재판 기탁금(700만원)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며 법적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어 최 목사는 “현 교단법으로는 성범죄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며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 변화, 목회자의 노력 있어야

사실상 교회 성폭력 문제의 특성상 목회자 스스로의 각성이나 변화 없이는 법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교회 성폭력에 대한 인식수준이 너무 낮고, 성폭력 문제에 대해 교단별 법적 해석과 집행 방법이 달라 아직까지 합리적으로 사건을 치리한 선례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

김애희 센터장은 “교단 차원에서 결의한 내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으로 개 교회와 노회, 신학대에서 시행하고 있는지 교육에 있어서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지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단에서 법적인 결의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교단 차원의 예방이나 노회의 치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자기 각성이다. 목회자 자신도 성적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점검하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최소영 목사는 “목회자 스스로도 성적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성폭력 예방 교육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여전히 교단 감독과 목사, 장로들의 심리적 저항이 거센 상태”라며,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