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적극적으로 소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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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적극적으로 소극적으로?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4.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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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창원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은 새벽기도 후 20여년 넘게 테니스를 치셨습니다. 대접을 잘하기도 하시고, 성격도 좋으신 분이라, 운동 후 시락국을 (시래기 국) 함께 먹는 걸로 대부분 마무리 하셨는데요,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운동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밥을 사지 않는 어떤 분이 계셨답니다.

하루는 운동도 끝나고 식사 후 “내일은 당신이 밥 한번 사지?” 했더니, 바로 그 다음날부터 그분은 운동하러 나오지 않더라며,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더라구요~~” 하셨습니다.

우리 총회에서 상납금 문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갈 때였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여러 목사님들이 몰려나오는데, 제 앞에 어떤 분들이 나가시며 이야기를 하더군요. “잘했어~~ 그렇게 말해야 큰 교회들이 돈을 더 많이 내고~~ 우리 같은 교회들은 조금만 내도 되는거지~~” 이런 식의 대화였구요. 저는 지금도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그 때 생각에 “총회 상납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 큰 교회들에게 더 돈 내라는 말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우리 노회에서 일 년에 한 번씩 가는 여행이 있습니다. 각기 교회의 형편에 따라 돈을 찬조하기도 하고 해서 동남아, 일본, 미국, 유럽 세계 곳곳을 다닐 수 있는 아름다운 전통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요. 이런 일들을 진행해 오면서 마음이 조금 불편한 게 형편이 됨에도 불구하고, 늘 노회에 도움이 되기보다 도움만 바라는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들에게 남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여기라고 가르친다고 하구요. 유대인 격언에 “남들의 자선에 의해 살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이 있다는데, 한국 부모는 이에 반하여 ‘과보호’로 자녀들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예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 한국 부모에 의해 자라난 교역자, 리더들이 그 공동체 안에 들어가면 누군가 담대히 돕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과보호의 폐해로 유약한 지도자, ‘늘 도움 받는 자리’ 에 서 있는 건 아닌지,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금방 피해 버리고 마는 유약한 리더가 또 그 공동체를 유약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순절 기간을 지나고 있는 이때에 “TV 금식하기, SNS 줄이기, 핸드폰 사용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음식 적게 먹기” 등등의 소극적인 운동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각자 좀 더 적극적인 섬김을 실천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TV 시청시간 줄이기와 함께, 누군가를 섬기는 적극적인 시간들을 생각해 보는 그런 것 말입니다.

이제 봄이 왔습니다. 햇살 찬란하구요, 미세먼지 틈바구니에서도 햇볕은 달게 우리 곁에 다가 왔습니다. 이런 봄날 같이 작지만 소중한 섬김을, 각자의 형편에 맞게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사순절 기간을 보내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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