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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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는 교회
  • 정성진 목사
  • 승인 2019.04.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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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본인이 목회를 하고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에는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섬기는 교회, 둘째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 셋째는 상식이 통하는 교회이다.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정했던 표어이고 개척 후 22년 동안 이어진 목표이다. 새로운 교인들에게 어떻게 이 교회를 선택하고 정하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상식이 통하는 교회’라는 문구가 맘에 들어서 그리 되었다고 한다.

교회에서 상식이 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길래 이렇게 맘에 들어할까. 아무래도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교회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처음 교회가 아니라 이사를 통해서건 다른 사정에 의해서건 몇몇 교회를 거쳐서 온 사람들이다. 이렇게 교회를 경험하면서 이들은 교회에서 비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일반 사회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일들이 교회에서는 신앙의 이름으로 또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우격다짐이 된 일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교회에서는 상식이 통한다고 하니 마음이 끌린 것이다.

전에 교회에 노상주차장이 있었다. 교회 옆에 공터가 있어서 임대하여 사용하던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차가 250여 대 주차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구청에서 이 주차장이 문제라고 했다. 알고 보니 주인이 농사를 지어야할 땅을 우리에게 빌려준 것이었다. 교회는 비상이 걸렸다. 이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다면 250여 대의 차를 어떻게 주차할 수 있을지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급하게 교회부지에 철조로 주차장을 올리기로 했다. 200대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을 세우면 그래도 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회에서 이를 의논하여 결의하고 설계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했다.

그리고 매 분기에 열리는 제직회에 이 문제를 상정했다. 담당위원장이 설명을 하고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한 서리집사가 발언권을 얻고 일어났다. 그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교회가 큰데 굳이 그렇게 주차장을 지어가며 사람을 모아야겠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불편해야 우리 교회를 안 오고 작은교회로 갈 것인데 주차편의를 꼭 만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옳았다. 하지만 교회가 외진 곳에 있어서 대중교통이 원활하지가 않다. 자기 차를 가져오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할 것이다. 벌써 교회에 왔다가 주차할 곳이 없어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의발언도 있었다.
결국 사회를 보던 나는 교회에 제안을 했다. 현재 당회 의결을 거치고 설계작업에 들어갔는데 설계도가 나오려면 3개월이 걸린다. 그 전에 캠페인을 해서 우리 교인들이 차를 줄이면 건축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주차자리 250여 개가 없어도 교회가 큰 어려움이 없으면 철제주차장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제직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제안을 했던 사람들도 열심히 캠페인을 펼쳤다. 기획위원회에서 주차현황을 조사하고, 차량 동선을 파악하여 좀 더 합리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주차대란은 마무리 되었다. 교인들이 차를 집에 두고 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교회 버스를 이용하여 움직이게 된 것이다. 결국 교회는 철제주차장 대신 상식을 얻게 되었다.

교회에서 상식이 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효율이 떨어지고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이 통하면 교인을 얻는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교회를 채운다. 목사와 당회가 권위의식을 내려 놓고 교인들을 만나면 상식을 통하게 되어있다. 나만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처럼 하지 말고 더 많은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가르침이 있을 수 있다는 은혜를 가지면 교회는 더욱 든든히 설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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