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에도 출석체크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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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에도 출석체크가 필요할까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4.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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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직원예배

자연스러운 신앙의 표현으로서 예배 돼야

불교 계통의 회사를 다니는 친구 김 집사가 하루는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승진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점심법회에 참석했다며 인증샷을 보낸 것이다. 친구는 내게 “기독교 계통 회사에 다녀서 좋겠다”며 부러워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손톱만한 찜찜함이 남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몇 번의 이직을 했다. 거쳐 간 회사들 모두 이름에 ‘기독교’ 혹은 ‘크리스천’이 붙은 기독교 계통이었다. 회사마다 예배의 모습은 달랐지만 예배 참석을 은근히 강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초년생 시절 재직했던 회사는 뜨거운 찬양과 기도를 드리는 곳이었다. 월수금 3일은 전 직원이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특유의 예배 분위기가 좋아 스스로 찬양인도자로 자원해 섬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예배실 입구에 출석을 체크하는 카드기가 부착됐다. 월마다 예배 불참자 통계가 발표됐고 예배의 감격도 그날로 사라졌다. 예배 출결이 승진점수에 반영된다는 소문도 직원들 사이에서 돌았다. 직원예배가 ‘업무의 일환’으로 치부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나와 주변의 동료들은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승진에 누락되지 않기 위해, 상사의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교장선생님 훈화말씀과도 같은 이야기에 ‘설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직장생활에는 유익할지 몰라도 ‘성경’보다는 ‘세상의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여간 불편한 시간이 아니었다. 이따금씩 설교를 빙자한 훈계도 뒤따랐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시간이라고 배웠는데 이럴 거면 ‘예배’라고 하지 말고 ‘조회’라고 이름을 붙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최근 ‘우리의 예배를 찾아서’(두란노)를 쓴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의 안덕원 교수는 “예배의 도구화는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며 “회사의 가치를 다지기 위한 메시지는 친목회나 연수와 다를 바 없다. 직원예배는 가급적이면 자연적 신앙의 표현으로서의 모임이 되어야 한다”고 경계했다.

안 교수는 또 “직장에서 드리는 예배라면 가급적 형식을 간소화 하고 직장의 문화가 반영되도록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 예배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직원 예배’라는 명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역사적으로 예배는 거룩한 곳(예배당), 주님의 날(주일)에 정해진 시간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 드리는 것이 원칙”이라며 “예배는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무리들이 하나님만을 향하여 경배하고 찬양하며 감사하는 의식이 전부여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예배라는 단어를 남발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경건회나 기도회 등으로 명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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