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새롭게 하는 교회다운 교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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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새롭게 하는 교회다운 교회가 필요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3.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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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문화선교컨퍼런스에서 소개된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

‘맥도날드화 된 교회’. 영국의 성서학자 존 드레인이 지난 2000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소개한 이 개념은 문화의 변화에 관심이 없고 시대가 변해도 한 가지 모델만을 강조하며 제도화 되어 협력하지 않는 교회에 경종을 울렸다. 

서울신학대학교의 주상락 박사는 최근 열린 2019문화선교 컨퍼런스에서 한국교회의 ‘맥도날드화’를 경계하며 영국 및 북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을 소개했다.


전도 대상의 변화가 핵심 

주 박사는 ‘변화하는 문화에서 변함없는 복음 전하기’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먼저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의 등장 배경과 기본 개념을 설명했다. 주 박사에 따르면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육하원칙 가운데 ‘무엇’을 전하고 ‘왜’ 전도를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해’, ‘어디서’, ‘언제’, ‘어떻게’는 변화하는 문화와 변화하는 대상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들로 나타난다. 이런 고려의 중심에는 문화와 사회, 그리고 전도 대상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평신도가 중심이 된 선교적 운동으로 시작됐지만 공식적으로는 영국 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에 의해 제도권 안에서 본격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했다.

주 박사는 “한국교회는 1960~1990년대 말에 경제성장과 함께 압축 성장을 경험했다. 이 시기에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대형교회들이 나타났다”며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압축 쇠퇴기’를 겪으며 ‘후기 기독교사회’ 혹은 ‘탈 맥도날드’와 비슷한 특징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박사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전도 대상의 변화’다. 압축성장 시기에는 ‘주변인들’을 예배로 초청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교회에 올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가나안 교인들이 만이지고 있다. 주 박사는 “미래의 교회 개척과 사역은 프로그램 중심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삶의 현장, 지역 공동체, 공공 영역, 일터 등에서 만난 사람들의 필요에 맞춘 섬김과 사랑, 관계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혹은 ‘성육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영국 런던에 자리한 세인트조지교회. 이 교회는 인근의 런던대 학생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카페로 조성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외형

이날 강의에서는 런던의 세인트조지교회, 알리바마의 원디랙션커뮤니티교회, 캔터키주 리이빌시의 더테이블교회 등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 가운데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세인트조지교회의 사례가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국 성공회 런던 교구에 소속된 이 교회는 런던 대학 근처에서 전통적인 예배를 드리던 교회다. 

▲ 세인트조지교회의 카페 이용과 관련한 포스터.

교회는 고령의 신자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성도 수 감소를 겪게 됐지만 정작 주변의 전도 대상인 대학생들은 교회 출석에 관심이 없었다. 성공회 런던 교구는 런던 대학 학생들과 젊은 세대들과 신뢰 관계를 맺기 위해 성공회 스타일의 전통 예배당을 대학생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카페 스타일의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 했다. 예배당을 공공장소로 개방하고 대학생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제3의 공간으로 만들어 재개척했다. 그러자 일요일뿐 아니라 주중에도 젊은이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주 박사는 “이 모델은 교회 근처의 런던 대학이라는 장소, 젊은이 문화에서 교회가 어떻게 공동체에서 사는 대학생들과 신뢰 및 네트워킹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한 교회의 새로운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 더테이블교회의 외관

미국 캔터키주 루이빌시의 ‘더테이블 교회’의 사례도 한국교회가 참고할만 한 지점이 많아 보인다. ‘더테이블교회’는 미국 켄터키주의 가장 큰 도시 루이빌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빈민과 노숙인, 약물 중독자가 많은 악명 높은 곳이다. ‘더테이블교회’는 얼핏 보면 샌드위치와 햄버거를 파는 전형적인 미국 레스토랑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장소의 뒤편에는 넓은 예배당과 주일학교 교실이 나타난다. 주일 뿐 아니라 주중에도 제자훈련과 예배가 진행된다. ‘더테이블’은 지역 경제를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서 운영되며, 수익은 지역사회 발전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사용된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자신들이 낼 수 있는 만큼 돈을 지불하고 식사를 한다. 그래서 지역의 가난한 이웃들이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값싼 가격에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주 박사는 “낙후되고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지역에는 전통적 교회보다는 ‘더테이블’과 같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일터에서 공공선을 실현하는 일터교회모델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 박사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낮은 신뢰도, 과도한 신학생과 목회자의 배출, 목회자  생계 등 다양한 문제가 가속화 되는 한국교회에서도 이 같은 모델들은 효과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 캔터키주 루이빌시에 위치한 더테이블교회. 교회는 인근의 빈민들을 위해 사회적기업 형태의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누구든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내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한편 지난 25일 동숭교회에서 열린 2019문화선교 컨퍼런스는 ‘교회, 문화,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국민일보와 문화선교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문화선교연구원 초대원장이자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인 임성빈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과거보다 더 빠르고 거센 문화적 변화 상황 가운데 있다. 지금 한국교회에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바로 소통의 역량이자 문화적 민감성”이라며 “교회는 위기와 변화 속에서 문화선교적 과제를 인식하고 교회다운 교회가 됨으로써 교회를 새롭게 하고 세상의 문화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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