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반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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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반격이 시작됐다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9.03.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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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74

“아빤 왜 생각을 그렇게 해!” 언성을 높이는 딸의 말에 옆에 있던 아내가 힘을 실어준다. “정신 차리세요. 벌써 정신 줄 놓으면 어떻게 해요.” 순간 머리에 번개가 내리쳤다. 결혼하고, 목회를 시작하고, 자식들 키워가며 처음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육십 중반에 이르도록, 아버지, 남편 말에 토를 달거나 고개를 들어 반기를 드러내는 일이 없었고 용납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드디어 금령의 문지방을 넘어 아내와 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인’은 제사가 드려지지 않는 이유를 몰랐다. 오히려 안색을 바꾸고 분해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해할 수 없는 의아한 책망을 하셨다. “선을 행치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리느니라.(If you do not do what is right, sin is crouching at your door.)” 그래서 가인은 최초로 동생을 죽이고 살인자가 됐다. 물론 “문지방에 붙어 있던 귀신이 그런 사람이 출입할 때 달라붙는다”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고대풍습으로 이해하면 무리는 없다. 그러나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는 결국 ‘악’으로 침범 당하는 이원론의 시작이기도 하다.

라틴어 ‘sublimis’에서 ‘숭고함, 고상함’이라는 뜻의 ‘sublime’이 나왔다. sub(~을 향해)에 limis(경계, 문지방)가 합성됐다. 그래서 “‘경계나 문지방’을 넘어서려는 상태”라는 뜻을 갖는다. 이런 철학방법은 종종 정형화된 성경해석을 뛰어 넘는다. 따라서 “‘창조’란 부수적인 것, 쓸데없는 것, 남의 눈치, 체면을 제거하는 거룩한 행위다. 따라서 ‘천지창조’란 혼돈한 우주에서 쓸데없는 것을 쳐내는 시작이다. 그러므로 ‘안식일’도 습관성에서 벗어나 ‘자신’을 처음으로 진입시키는 날이 된다”라는 경계를 넘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사회주의를 꿈꾸는 사람들이 정작 제일 싫어하는 말이 ‘좌파’이다. 대한민국건국이래 그들은 소위 ‘빨갱이’로 불리며 주로 지하에서 암약했다. 그들이 ‘혁명’이란 말을 좋아하는 이유도 합리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체제 속에서는 그들의 이상을 실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념은 좌파이나, 실제 삶은 ‘자유민주주의’의 풍요를 한껏 누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이상 문지방을 밟고 서있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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