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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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을 보면서
  • 이정익 목사
  • 승인 2019.03.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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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목사/희망재단 이사장

2월 말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다. 이번 회담에 모든 세계인이 1차 정상회담보다는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전문가도 아니고 남북문제에 깊은 지식도 없는 우리의 안목으로 보아도 이번 회담은 지난 1차 회담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역시나였다. 다만 이번 회담을 보면서 몇 가지 놀란 것은 있다.

하나는 김정은의 전술이다. 북한에서 중국에 갈 때 기차를 이용하여 방문한 것은 이해가 갔다. 그것도 북한이기 때문에 이해를 한 것이다. 그런데 정상회담은 북한에서 3~4일씩이나 기차를 타고 베트남까지 가는 발상은 과연 기상천외하다. 아니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좀 깊이 생각해 보면 이 발상은 아주 고도로 계산된 기만전술이다. 기차가 베트남까지 가는 데는 3~4일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세계인의 눈이 모두 이 기상천외한 김정은의 선전술에 붙들려 있게 된다. 즉 김정은은 3~4일씩이나 세계인들의 뉴스의 초점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긴 기차를 타고 60km의 속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신흥 공업국가로 나아가고 있는 베트남과 세상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대부분의 땅을 가로질러 가는 이 기차행렬에 중국대국이 꼼짝 못하고 그의 가는 길을 예비해 주고 모든 차들을 멈추게 하고 춘절 명절에 여행객들의 발을 묶어 놓는 이 기괴한 통치자를 세상 사람들은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은 없으나 김정은은 이미 다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의 기만전술 그리고 북한의 선전술은 가히 혀를 차게 만든다.

김정은이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되어 있는 동안 우리나라 언론과 TV에서는 우리 대통령이 외유에 나간 모습을 중계를 하듯 며칠 동안을 매달려 그의 담배피우는 모습과 김여정이 재떨이를 들고 서 있는 모습까지 평가하고 난리를 떨었다. 그리고 이번 회담 결렬이 미국 측의 트릭이라고 성토하기에 바빴다. 이 북미회담에서 적어도 대한민국은 없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역시 값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경솔한 짓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가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이번 회담은 결렬을 결정짓고 나간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회담 중에도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영변 말고 또 다른 곳에 핵무기 생산시설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트럼프는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회담에 임한 터라 회담 결렬은 자연스러운 결과였으리라.

대다수 관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술에 말려들지나 않을까 염려를 했을 것인데 이번에는 국내 문제나 다음 대선을 의식하여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 그것도 모르고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제재가 어느 정도 풀릴 것을 기대한 한국정부는 너무 아마추어였다. 정보에 너무 둔감하였다. 닷새나 지나서야 회담 결렬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니 말이다. 그 이유는 북한 편에 편중된 현 정부에 정보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것은 그래서 다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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