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취급 더 이상은 No…노년 목회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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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취급 더 이상은 No…노년 목회를 주목하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3.12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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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으로 살펴본 노년 목회(상)

갈수록 증대되는 노년 목회의 중요성 인식해야
‘빈곤층’으로 보는 단순성 탈피하고 사역 다양화

▲ ‘노인’하면 빈곤층으로만 생각하던 시절은 지났다. 보다 다양한 사역적 접근이 교회에 요구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일할 수 있는 최고 연령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면서 정년 연장과 보험료 인상 등 사회 여러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예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 2015년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4세 아들을 잃은 부모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롯됐다. 1심과 2심은 사고로 죽은 아이가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가정해 배상금액을 계산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65세로 가정하면서 ‘가동연한 상향’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한국교회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없는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담당할 역할은 무엇인지 조명해 봤다.

목사의 가동연한은 70세

대법원은 판결 취지에서 “국민의 평균수명이 남자가 79세, 여자가 85세로 올랐고 각종 사회보장법령에서도 국가가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가동연한 내용의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정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의 경우 해당 기업의 정년을 가동 연한으로 본다. 통상 60세다. 법원은 그간 직종별로 가동연한을 몇 살까지 봐야 하는지 세분화해서 판단을 내려왔다. 사법연수원의 ‘손해배상소송법률실무’와 ‘손배시 고령자 가동연령 연구’(최보국)에 따르면 대법원은 프로야구 투수의 가동연한을 40세로 봤다. 1991년 6월 대법원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1984년 프로구단에 입단한 뒤 군 복무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한 선수의 사례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미용사의 경우 44세, 다방 여종업원은 35세, 목공 60세, 개인택시 운전사 60세 등이었다. 소설가와 한의사, 의사, 약사 등은 65세로 봤다.

그렇다면 목사의 가동연한은 몇 살일까. 지난 1997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시점을 70세까지로 인정했다. 교회 집사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하고 있던 담임 목사가 기도회를 마치고 신도들과 함께 교회로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했는데 법원은 피해자인 목사가 70세까지 자신의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법무사와 변호사 등도 목사와 마찬가지로 70세까지를 가동연한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통계청)

일본에 힌트가 있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으로 고령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통계청이 지난 2015년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노인인구의 비중은 1960년 2.9%에서 2015년 13.1%로 반세기만에 4.5배 증가했다. 통계청은 “이미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의 진전을 보였던 일본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일본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2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현재상태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8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제시한 것처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힌트는 일본에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길게는 30년, 짧게는 10년 정도 먼저 고령화가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일본은 이미 2005년도에 이를 넘어섰다. 일명 ‘단카이 세대’라고 하는 1945~1948년 사이 태생들이 이 흐름을 주도했다. ‘고독사’와 ‘노후파산’, ‘하류노인’ 등의 용어를 유발한 것 또한 이들 ‘단카이 세대’였다.

최근 일본의 노인 복지는 ‘복지로봇’을 도입할 만큼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흐름은 ‘포괄 케어’다. 소위 ‘의료 사랑방’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다기능 주택이 대표적이다. 마을단위로 설치된 ‘의료 사랑방’에는 노인들이 수시로 방문해 케어를 받고, 필요한 경우 며칠씩 숙박을 하기도 한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놀이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받고 필요한 경우 ‘의료 사랑방’에 소속된 복지사들이 환자의 집을 방문하여 재활치료나 가정 간호도 한다. 노인들은 300만원 가량의 비용 중 10%정도를 자부담 하고 나머지는 장기요양보험에서 댄다. 현재 이같은 시설이 전국에 5,400여개나 설치돼 있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에 총 312개의 데이케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지방의 현실은 서울에 비해 열악하다. ‘데이케어 센터’와 더불어 재가 노인복지센터가 일종의 포괄 케어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 수와 포괄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많은 교회들이 노인 관련 복지사업을 전개하고는 있지만 갈수록 증가할 노인 복지의 수요를 감안해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모색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인 목회에 적극 뛰어들 때

복지를 넘어 목회의 관점에서도 ‘노년’에 대한 집중이 요구되고 있다. 다음세대에 대한 선교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갈수록 늘어날 노년에 대한 교회 안의 관심은 부족하다는 게 관련 사역자들의 분석이다. 

군산에서 ‘노년목회’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서종표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의 노년 목회에 대해 “여전히 많은 교회들은 노인들을 ‘찬밥’, ‘고물’, ‘폐품’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서 목사는 “오늘날의 노인분들은 가장 고생한 시대에 태어났다. 우리들은 그분들의 열매를 따먹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홀대하고 있다”며 “기독교는 효도의 종교다. 내 부모가 아니더라도  그들을 섬기는 것이 교회의 당연한 사명이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군산 중동교회의 경우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였던 1999년부터 본격적인 노년 목회를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경로대학이다. 여타 노인대학들과 다르게 수업을 듣는 노인들이 정말 대학을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커리큘럼을 다양화 하고 프로그램을 최대한 고급화 했다. 그동안 노년사역이라고 하면 빈곤계층을 떠올렸던 과거를 탈피해 이들이 과거의 어르신들보다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며,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는 사역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컴퓨터 △영어 △국어 △스포츠 △성경 △음악 △스마트폰 등 노인들에게 필요한 10개 학과 44개 반이 학기마다 운영되고 어르신들에게 제공하는 식사에는 반드시 ‘고기’가 들어가도록 했다. 매일 버스로 등하원을 보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모든 것이 무료다. 

해외여행도 해마다 세 차례씩 실시한다. 국내로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비용이 든다. 어르신들이 일부 비용을 대고 대부분을 교회가 부담한다. 복지차원이 아니라 사역의 대상으로 노인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이 교회에는 70세 이상 어르신만 500명이 넘는다. 지방 작은 도시의 교회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군산 중동교회는 이 일을 위해 별도의 경상비를 사용하지 않고 교인들의 마음을 모아 별도의 헌금을 운영한다. 이른바 ‘한 셈 치고’ 헌금이다. 성도들은 “여행한 셈 치고”, “커피 마신 셈 치고” 모아둔 부스러기 같은 돈들을 아낌없이 낸다. 한 달에 약 1천만 원의 비용이 이렇게 쓰인다. 일 년이면 1억 2천만원이다. 

서 목사는 “재정이 없어서 일을 못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어 “지방은 이미 초고령화에 진입했다. 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때도 노년목회는 교회들이 반드시 나서야 할 필수적인 사역이자 교회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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