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 맥주 그리고 담배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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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 맥주 그리고 담배연기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9.03.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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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73

“건빵 줄께 담배를 주라.” 군복무중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내게 선임이나 동료들에게서 주로 받던 제안이었다. “술, 담배, 노름”은 아버지가 평생에 실천하셨던 최고의 금령이었다. 덕분에 나는 중요한 간식거리를 얻고 피우지 않는 담배를 처리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군것질을 좋아했던 나에게와, 담배를 입에 물고 한시름 잊어보자는 그들에게 모두 좋은 교환이었다. 가끔 맥주가 제공될 때에도 역시 나는 그 좋은 거래를 통해 먹지 못하는 맥주를 처분했고, 그들은 내게서 얻은 술로 나름 위로를 삼았다.

미국과의 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던 ‘김정은’의 열차가 ‘난닝’역에서 30분정도 정차를 했다. 휴식을 취하던 그는 잠시 내려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1초에 가까운 영상이었지만 그의 깊은 고뇌를 엿볼 수 있었던 인상 깊은 모습이었다.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낭만주의적 평론가들에게 모두 참담함을 안겨주게 됐다. 그러나 정권의 위기에 직면한 그에겐 섣불리 결단할 수 없는 두려움과 초조함이 있었다. 그날 밤 그가 내 뿜었던 담배연기 속에는 답은 있으나 결코 실행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속도시(The secular city)’의 저자 ‘하비콕스(Harvey cox)’는 ‘신학과 경제학’이란 두 가지 시선 (Viewpoints of Theology and Economics)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봤다. 특히 “신이 된 시장,The market as God” 이란 책에서 그는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도 결국은 도덕적이며 종교적이다.”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의 ‘시장’은 단지 시장이 아니라 그 기능이 ‘유사종교’에 가까우며, 하나님 노릇을 하는 일련의 우상이 되었다.” 그 바탕에 실질적인 ‘종교의 체제’를 갖추었으니, 기독교든, 시장경제이든 ‘거래’만 할 수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믿는 우상화됨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를 대면하는 순간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그도 안다. 문제는 양자모두 핵으로 위협되는 전쟁의 공포와, 직면한 배고픔을 해결하는 ‘Facts’를 시장의 거래 수준으로 이해했다. 담배를 피워 문 그는 ‘상 남자’ ‘시대의 아이돌’이 됐다. 그러나 그동안 한반도 팔천 만에 이르는 생명의 존귀함은 흩어지는 담배연기처럼 모호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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