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학은 신앙의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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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학은 신앙의 적인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2.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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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누리교회의 교사 부흥 집회가 논란이 됐다. 그다지 큰 행사라고 하기 힘든 개교회의 교사 부흥회가 왜 도마 위에 올랐을까. 그 이유는 강사에 있다. 올해 부흥회의 강사는 창조과학 전문 사역자 이재만 선교사다.

창조과학 역시 하나님의 창조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다. 창조과학을 강의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 문제는 이재만 선교사의 주장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점. 이 선교사는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는 지질학계의 결론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발견과 우리의 신앙을 함께 고민하려는 시도 역시 ‘타협’이라 일축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기자 역시 어릴 적 창조과학 책을 열심히 읽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서 설명하는 창조과학의 증거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고는 친구들 앞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지구의 나이가 젊다고 열변을 토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젊은 지구’와 ‘오랜 지구’ 중 무엇이 옳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지구설이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알 수 있는 전부다. 중요한 것은 지구가 7일 만에 창조됐든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 됐든 이 우주를 지으시고 통치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믿는 믿음이다. 우리 믿음의 대상은 ‘7일’이 아니라 선하시고 완전하신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주류 과학계의 의견은 이렇지만 창조과학의 의견은 다르다’라고만 소개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극단적 주장으로 아이들이 교과서에 공인된 주류 과학계의 결론이 모두 거짓이고 마치 사탄의 속임수인양 여기게 된다면 곤란하다. 반대로 교회에서 허무맹랑한 거짓을 가르친다고 생각해 교회 자체를 불신하게 되는 것도 큰 문제다.

과학은 종교의 적이 아니며 이성은 신앙의 걸림돌이 아니다. 어쩌면 인간의 좁은 이해 안으로 우주보다 크신 하나님을 가두려는 것은 아닐까. 젊은 지구에 대한 집착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굳게 믿었던 중세교회의 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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