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용·외출 확대…"교회보다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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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용·외출 확대…"교회보다 재밌어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2.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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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병영 문화 속…군 교회 출석률 급락
대대급 부대에 타격…‘참 신자’ 운동 시작할 때

정부의 ‘국방개혁 2.0’이 발표된 지 1년여가 지났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병영문화의 변화’다. 특히 오는 4월부터 전군에서 실시되는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나 지난 2월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는 ‘평일 일과 후 외출’은 군 선교의 지형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군선교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시범운영 대상 부대에서 사역중인 군선교사들은 “이미 교회를 찾는 장병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암울한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병영문화의 급격한 변화는 군선교에서도 전략 수정을 요청하고 있다. 병영문화의 변화상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 오는 4월부터 병영 내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전면 허용된다. 일각에서는 주말 외출 확대와 함께 이같은 변화가 군선교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사진 출처=국방홍보원)

교회 나올 인원이 줄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31일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의 소통 창구를 확대하고, 작전‧훈련 준비 등을 위한 휴식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2월 1일부로 ‘평일 일과 후 병 외출’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각 군의 13개 부대를 대상으로 평일 일과 후 병 외출을 시범 운영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관련 지침과 제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평일 외출 외박이 확대된 것이라면 군선교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조치와 더불어 기존의 주말 외출도 전면 확대된 만큼 군 선교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제도 시행 전 주말 외출은 ‘시험’ 등 중대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계발’ 등 명목상의 사유만 기록해도 영외로 쉽게 나갈 수 있게 됐다.

외출 가능 인원은 부대 내 63%프로가 최대인데, 대부분의 장병들이 외출을 희망한다고 가정하면 예배를 드리는 일요일 오전에 부대에 남을 인원은 전체의 30프로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 있는 인원 모두가 교회에 출석한다고 해도 과거와 비교하면 그 수가 결코 많지 않다.

수도권 지역에서 사역하는 한 군종목사는 “100명 나오던 교회가 주말 외출 확대 이후 8명으로 줄었다. 작은 교회의 경우 주일 성도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며 “처음 3개월간 타격이 극심했고 이후부터 서서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정상궤도까지 오르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오는 4월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되는 것도 악재다. 주말에 교회 출석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휴식을 취하는 장병들이 많을 것이라는 게 현장 사역자들의 전망이다. 시범운영을 통해 미리 이 상황을 경험한 사역자들은 “스마트폰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까지 말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곽선희 목사, 이하 군선교연합) 총무 김대덕 목사는 이같은 변화상에 대해 “과거 군 생활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일 수 있다. 보안 문제도 있고 중독 문제도 걸리는 부분”이라면서도 “본연의 임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라면 문화적인 환경변화를 군이라고 정지시켜 놓을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군선교연합에서는 제도 시행에 따른 선교 전략의 변화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연합회 산하의 군선교연구소와 소속 군종들이 ‘군선교 어플리케이션’ 개발 또는 ‘SNS 활성화’, ‘영상 제작’ 등 공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것.

김 목사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군선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 사진 출처=국방부

거품 빠진 현장 ‘진짜’를 전할 때

군선교 전문 사역기관인 미래군선교네트워크(이사장:김경원 목사)도 변화에 발 맞춰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사장 김경원 목사는 ‘연대급’교회 보다는 ‘대대급’ 교회가 더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대급 이상은 간부들과 간부 가족들이 주축인 만큼 큰 문제가 없지만, 장병들이 절대 다수인 대대급 교회의 경우 가장 타격이 크다는 것.

김 목사는 “군 교회의 70퍼센트 이상이 대대급 교회”라며 “군선교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변화 자체는 어떻게 할 수 없다. 다만 변화를 읽고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그동안 군세례라든지, 군신자 통계에는 허수가 많았던 것이 안타깝지만 사실”이라며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본질이 드러나는 계기”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군대에 나오는 장병들은 어찌 보면 ‘참 신자’라 할 수 있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참 신자’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인다면 그동안의 거품을 빼고 ‘진짜’ 복음을 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군인교회인 임마누엘 덕정교회를 섬기는 차성진 목사도 “휴대폰을 허용했다고 교회가 텅텅 비었다면 이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나오는 아이들이 있다. 그동안 군 선교가 아이들을 교회로 데리고 나오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때가 진짜 제자화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이같은 상황을 ‘선행학습’ 해 온 미군의 사례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대형교회 부목사를 지내다가 현재는 미군 군종으로 사역하고 있는 최정열 목사(태평양사단)는 “미군에서는 군종 목사라 해도 예배시간 외에 특정 종교를 강하게 어필할 수 없다”며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보면 예배당으로 군인들이 오는 것보다 군목이 장병들이 일하는 곳, 가령 훈련지나 주둔지에 직접 가서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용기를 주는 기도를 해주고 ‘심방’하듯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굳이 예수에 대한 말씀을 전하지 않는다고 해도 야전에서 장병들과 함께 뒹굴 때 장병들의 마음이 열리고 이후에는 먼저 다가와 상담을 요청하거나 기도 부탁을 한다”며 “군목이라고 해서 꼭 예배당이나 사무실에 있으면 절대로 장병들이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핸드폰 사용이 일반화 됐다면 문자 메시지나 SNS를 이용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짧은 메시지나 용기 있는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며 “그들이 교회로 오지 않더라도 항상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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