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만하는 것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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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만하는 것이 어떤가?”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9.02.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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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72

“석준아 네가 이제부터 회장해라.”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모처럼 회의 시간에 손 한번 들고 의사를 표현했다. 진행을 지켜보던 담임 선생님은 느닷없이 내 이름을 호출하고 일방적으로 ‘학급회장’에 임명을 하셨다. 속으로 은근히 바랐던 일이였지만 막상 지명이 되자 얼마나 후회하고 당황했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가까스로 마음을 달래며 집에 돌아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부모님을 제외한 집안 형제 중 한 사람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이후로 ‘반장’ 한번 해 본일 없이 나이 육십 중반에 들어섰다. 그리고 확실하게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적어도 나는 ‘정치’를 할 만한 재목은 아니다. 라는 사실이다.  

‘메이지’시대를 지나면서 일본인들이 만든 한자어들이 많다. 희랍어 ‘폴리티카’ (Politika; Politics, affairs of cities)를 ‘정치’로 번역한 것이 그중 하나다. 가장 쉬운 정의는 ‘헤럴드 라스웰(Harold Lasswell)’이 말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Who gets what, when, and how)”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국가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활동이나, 사람들 사이의 의견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활동” 정도로만 봐도 족하다. 그래서 종교계를 비롯하여 존경받는 ‘리더십’의 소유자들은 역시 남들과 다른 그 ‘정치력’이 있다. 내 것만 우기고 성질을 부리다가 폭력도 불사하는 그런 본성들을 그들은 잘 다스리고 있다.  

고 ‘노무현’대통령이 평소 사랑하던 두 정치인이 모두 옥살이를 하는 일이 생겨났다. 정권창출의 일등공신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두 사람 모두 그분 살아계실 때 “자네들은 이제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충고를 받았었다고 전해진다. 정당한 방법으로 무리 없이 정권창출을 이뤄낸 분에게서의 ‘정치식견’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타고난 정치리더십이 없으면 공부라도 해야 한다. 요즘은 ‘정치대학원’도 많이 생겼다. 사오십대에 ‘정권공신’에 오를 수 있었다면 대단한 정치력의 소유자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거짓과 선동으로 표현된 술수는 곧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삼국지’나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온갖 꼼수나 미신숭배 등이 ‘정치학’의 교재가 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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