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 봉투 없애자는 말에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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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 봉투 없애자는 말에 박수가 쏟아졌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2.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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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한국교회 심방문화

정해진 일정 소화하는 인상 피하고 관계 집중해야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하지시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가깝게 지내던 김 집사님 내외와 모처럼 대화 할 기회가 있었다. 직업이 교계 기자이다보니 신앙인들과의 대화는 주로 ‘교회’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직업병이다.  

집사님 가정이 최근 대심방을 받은 관계로 이날 주제는 ‘심방’으로 흘렀다. 부부는 ‘대심방’을 앞두고 때아닌 부부싸움까지 했다며 "심방이 다소 부담스러웠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교회에선 ‘물 한 잔’만 준비해 달라고 사전에 공지까지 했다는 데 어떤 연유에서 부담이 됐을까.

음식 준비에 대한 부담은 덜었지만, 깔끔하기로 소문난 아내 집사님은 아침부터 ‘대청소’를 하자며 남편을 보챈 것이다. 전날 야근을 한 김 집사님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며 소파에 누워 저항했지만 아내의 등짝 스메싱 한 방에 진압되고 말았다. 화장실 변기를 닦으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아내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말다툼까지 이어졌다.

김 집사님은 “이사 심방을 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몇달 사이에 두번이나 심방을 받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내 집사님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휴거(휴먼시아 거지)’라고 비하하는 문화가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지 않았느냐”며 “요즘 젊은 부부들이 집 공개 자체를 꺼려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심방은 다소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전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집사님 내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부담스러운 것은 '주거 공간을 공개하는 것'이나 '청소'만이 아니었다. 얼마라도 ‘봉투’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지 고민이 많았다는 것. 외벌이에 다자녀를 키우는 탓에 늘 살림이 빡빡했던 부부는 '5'냐 '10'이냐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신사임당' 한 장을 넣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서부교회 임채영 목사는 자신이 교회에 부임한 첫해에 중직자들을 불러 놓고 “앞으로 심방 봉투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가 쏟아졌다.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던 반응에 꽤 놀랐다고 임 목사는 회상했다. 그는 “교인들의 생각과 목사의 인식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봉투’ 문제에 대해서는 목사님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서부교회는 대심방을 없애고 교인들의 일터로 '찾아가는' 심방을 도입했다. 집 외의 공간에서 부담없이 만나 진짜 관계를 맺고 오는 것에 집중했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 돈은 목사가 낸다. 임 목사는 “이 마저도 젊은 신도들은 부담스러워 한다”며 심방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심방은 한국교회의 고유한 문화다. 과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목사님이 복을 들고 오는날’로 여겨 심방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지금도 농어촌 지역에서는 ‘심방’이 최고의 목회 비결로 꼽히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성경적으로 볼때도 심방은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해주는 목회의 좋은 방법이자 수단이다. 다만 심방에 임할 때 ‘나는 목사고 당신은 성도다’하는 구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다. 성육신 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또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진정한 ‘관계형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획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심방 목회로 잘 알려진 군산 중동교회의 서종표 목사는 이같은 내용과 더불어 "찾아간 가정에 어려움이나 필요가 있다면 가능한 그 자리에서 해결점을 찾아주도록 노력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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