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파고든 다단계…금전거래 원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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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파고든 다단계…금전거래 원칙이 필요하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2.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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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교회 내 상행위, 어떻게 봐야 할까

교회 인맥 노린 다단계 성행…‘교인 사이 영업은 NO’ 원칙 정해야

뿌리 깊은 물신주의와도 연관, “교회 내 금전관계는 자제하길”

# 최근 지상파 방송에 한 코인(가상화폐) 업체의 실체가 보도됐다. 이 업체는 지금 20원인 자신들의 코인이 이달 말 상장만 되면 5천배 뛰어 10만원까지 오른다며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게다가 자신들의 코인이 중국과 피지에 진출해 화폐로 쓰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업체에 투자한 사람만도 벌써 1만여 명. 어떤 이는 퇴직금 수억 원을 이 코인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기적 같은 수익률은 물론 거래소 상장 소식과 동대문 의류 업체와의 제휴 주장까지 모두 허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 별 다른 수익이 없이 자녀들의 지원과 연금으로 생활하던 80대 남성 A씨. 그는 얼마 전 같은 교회 교인으로부터 미래의 결제 수단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 실체는 다름 아닌 코인. 코인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지금은 몇 천원밖에 되지 않는 자신들의 코인이 2020년이면 200만 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 업체는 코인의 이름에 기독교 용어를 붙이고는 강의에 성경말씀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코인열풍, 투기에서 다단계로

지난해 우리나라에 투기열풍을 불러왔던 코인이 이젠 다단계 사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앞서 사례로 소개한 두 업체 모두 투자자가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오면 이익을 주겠다고 홍보한다. 전형적인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다. 특정 시점이 되면 코인의 가치가 수천 배 뛸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를 찾아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런 다단계 영업이 교회 안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인과 같이 사기성이 짙은 사례는 다단계 피해 중에서도 악질에 속한다. 2012년엔 형편이 어려운 개척교회들을 상대로 수억 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일당이 붙잡혔고 지난해엔 교회 성도들을 다단계에 끌어들여 1억여 원을 가로챈 목사가 실형을 받기도 했다. 최근 코인에 투자한 A씨도 같은 교회 교인으로부터 소개를 받는 등 교회 안에서 다단계로 인한 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운영되는 다단계 역시 교회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독교 분야 상담을 진행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교회 내 다단계 영업으로 인한 고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교회 내 영업은 공동체에 악영향

사실 교회를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는 사기성 다단계보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다단계다.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불리는 이들은 일단 불법도 아닐뿐더러 자칫 다단계 사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가는 사업을 하는 교인들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 교회는 다단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까.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다단계 사업 종사는 존중하되 교인들 사이의 거래는 금하는 것이 좋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교인들이 금전 관계로 엮이기 시작하면 공동체의 친밀한 관계를 흔들 수 있기 때문.

박득훈 목사는 “교회 내에서 영업을 하다보면 어떤 사람은 구매를 할 수도 어떤 사람은 안 할 수도 있다. 돈이 섞인 문제인데 그 둘을 똑같이 대하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나. 구매를 거부한 사람 역시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면서 “교회 공동체에 덕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교육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우리 교회의 경우 교회 제자훈련 과정에서 재정문제를 다루며 다단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먼저 합법적 다단계 사업이 더 나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후에 교인들 사이의 거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권면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기독경영연구원장 박철 교수(고려대 경영학부)의 경우 합법적인 다단계조차 성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피라미드 사업은 구조상 악성제고를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가시킨다. 윗사람은 이득을 많이 보지만 밑에서 떠맡은 사람은 계속 짐을 지는 갈취 구조”라면서 “선하게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 교수는 다단계를 크리스천이 주점을 운영하는 것에 비유하면서 “주점 운영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주점을 통해 성적 타락과 폭력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다단계 역시 합법적이라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착취 구조에 동참하거나 판매를 위해 속임수를 쓸 위험이 높아진다”며 “요즘은 인터넷 상거래의 발달로 다단계를 하지 않아도 직접 판매의 이점을 누리며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을 고민하길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금전거래보다 순수한 신앙 집중해야

교회 내 다단계 영업의 문제는 교회 내 금전거래, 상행위의 문제로도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단계를 제외한 다른 상업행위는 교회에서 해도 문제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교인들이 금전 관계로 엮이는 일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대형교회의 경우 교회 내에서 비즈니스로 엮인 관계들이 적지 않다. 어느 지역에서는 특정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사업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박득훈 목사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공정한 경쟁이라 말할 수 있겠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경쟁업자는 이런 모습을 보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교회는 이런 부분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철 교수는 “예수님께서 자신이 피로 사신 자녀들이 서로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슬퍼하시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크리스천은 서로를 통해 물질적 이익을 얻기 보다는 오히려 신앙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는 이야기가 들려야 한다. 공동체 차원에서 영세한 자영업자를 도울 순 있지만, 교회는 보다 순수한 신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교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예수 믿고 복 받는 것을 마치 물질의 복과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질주의에 경도된 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신앙과 물질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 역시 경계해야 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물질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교회가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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