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독교는 ‘허접’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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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독교는 ‘허접’해도 되나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2.19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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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행사들을 취재 다니다보면 간혹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바로 현수막이나 팸플릿에 떡하니 자리한 오탈자다. 숫자를 잘못 써 날짜가 틀린 정도는 애교다. 주관 단체명이나 아예 행사명을 틀리게 표기한 경우도 종종 있다. 교정·교열은 물론 글쓰기를 밥 먹듯 하는 기자라서 생긴 직업병에서 나온 능력이 아니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차릴 만큼 대문짝만하게 씌어있는 게 문제다.

정확성을 요구하는 ‘통계’ 자료도 마찬가지다. 매번 같은 기관에 설문을 의뢰하는 것도 모자라 질문도 공정하지 않다. 표본의 객관성을 비롯해 여기서도 눈치없이 등장하는 
오탈자는 절로 한숨짓게 한다. 그러나 정작 주최 측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순수한 실수인지, 아니면 “이 정도는 이해해줄 것”이란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끄러움은 보는 이의 몫이다.

요즘 세대가 ‘기독교’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는 ‘촌스럽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어린이들을 위한 기독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한 문화사역 단체 대표는 일전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유초등부 학생들도 수준이 높아서 ‘허접’하게 만들면 아무도 안 봐요. 기독콘텐츠라고 질이 좀 떨어져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에요.” 더 이상 ‘은혜’에 기대 부족함을 덮는 시대는 지나갔다.


기독교가 조금만 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물론 인력부족과 재정난을 겪는 기독단체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완벽’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무조건 ‘세련됨’이나 ‘화려함’을 추구하라는 뜻도 아니다.

다만 큰 돈 드는 것도 아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자그만 실수들로 한순간에 신뢰를 갉아먹거나 그동안의 수고마저 가리는 아쉬움이 남아선 안 될 것이다. 교회 행사고 연구니까 은근슬쩍 넘어가도 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기독교는 허접하다는 이미지를 등에 업고선, 어찌 교회가 세상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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