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로 한국교회 다음세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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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로 한국교회 다음세대 책임진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2.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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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크리스천 콘텐츠 그룹 ‘팻머스 문화선교회’

2005년 창립…한국교회 ‘미디어 회복’ 운동 견인

Z세대 맞는 다채로운 콘텐츠들…자산으로 ‘축적’

▲ 선량욱 대표는 목사이자 미디어 전문 사역자로서 무차별적으로 세속화되어 가는 한국교회를 감당할 전문 사역자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05년 ‘기독교 문화는 끝났다’고 말만 하는 선교회는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팻머스 문화 선교회. 지금은 어엿한 ‘크리스천 콘텐츠 그룹’으로 성장해 출범 당시의 포부대로 한국 교회에 기독교 문화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단체의 대표 선량욱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총회 기관파송 목사)를 만나 팻머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미디어 금식

‘팻머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디어 금식’이다. 15년 전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이들이 바로 팻머스였다. 당시 이사였던 최홍준, 박은조, 이찬수, 최일도 등 기라성 같은 목회자들이 이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고 기꺼이 후원금을 냈다. 좋은 뜻으로 모인 물질과 마음을 바탕으로 포스터와 광고가 제작됐고 당시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선량욱 대표는 지금은 익숙한 ‘디지로그’의 개념을 일찍이 도입한 것이 ‘미디어 금식’ 운동의 빠른 확산을 도왔다고 회고했다.

“미디어라는 첨단 기술과 금식이라는 종교‧신앙적인 컨셉이 결합되니까 일단 담임목사님들이 쉽게 운동의 취지를 이해하셨죠. 금식이라고 하면 내 몸을 힘들게 해서라도 주님께만 집중하겠다는 헌신의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단순히 ‘절제’라는 개념보다 더 강력하게 넘쳐나는 미디어에 대응해야겠다는 시급한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시행 2년째를 맞은 첫 날, 이사장 최홍준 호산나교회 원로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고난주간 첫날부터 부부싸움을 벌였다는 것. 최 목사가 아침에 화장실에 갈 때 신문을 가지고 들어간 것을 두고 사모와 ‘되냐 안되냐’ 다퉜다는 얘기였다. 선 대표는 당시 최 목사에게 “목사님 신문과 뉴스를 일주일간 끊어도 세상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모의 손을 들어줬다.

 

단절 넘어 회복으로

이밖에 미디어 금식 덕분에 가족 간의 대화가 많아지고 관계가 회복됐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매년 고난주간을 기준으로 미디어 금식 운동이 전개된 지 4년 정도 지나자 대부분 교회들이 자생적으로 미디어 금식을 하고 다른 단체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금식은 단순하게 고난주간 미디어 노출을 줄이는 것에서 벗어나 다음세대와 미디어에 대해 한국교회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초기에는 미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6년째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미디어 회복 캠페인’으로 성격을 전환시켰다.

“이미 공기와도 같은 미디어 홍수 속에서 무작정 피하기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어떤 미디어가 좋고 어떤 미디어가 나쁜지 골라내는 작업을 고난주간에라도 하자는 취지의 ‘미디어 회복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기독교방송의 존재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 기간만이라도 기독교방송을 보도록 유도하고, 방송국들과도 그 취지에 맞게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협의를 했지요. 거기에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청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성도들의 눈을 기독교 문화로 돌리게 하려는 취지였지요.”

▲ 홀리키즈 설교 영상 촬영 장면. 팻머스는 디지털과 영상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변화를 이기는 ‘굿 콘텐츠’

팻머스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예꼬클럽’과 ‘홀리키즈’다. 예꼬클럽은 과거 선 대표가 대기업 홍보 담당자로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인 교회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기독교판 뽀뽀뽀’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현재의 ‘예꼬클럽’은 예수님의 당시 컨셉을 더욱 발전시켜 보다 디지털 세대에 적합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다. 공과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각종 예배 코너들이 여기 해당한다.

예꼬키즈가 유아유치부용이라면 ‘홀리키즈’는 유초등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홀리키즈에는 독특하게 ‘웹드라마’ 형식의 신앙 영상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배우 정태우 씨를 주연으로 영상이 제작됐고, 올해는 새로운 주인공이 극을 이끌고 있다. 팻머스에서 4년간 트레이닝 시켜온 새 주인공은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선 대표는 “웹드라마가 나가는 순간 7만명 정도의 회원교회 유초등생들이 시청한다”며 “이 콘텐츠들은 유튜브로 내보내지 않고 자산으로 축적하고 있다. 초기엔 팻머스가 비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자 오히려 회원이 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각종 기독교 콘텐츠들이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되고 있는 추세에 대해서도 선 대표는 팻머스만의 소신을 밝혔다. ‘공짜’를 ‘은혜’로 포장하는 문화가 만연한 기독 콘텐츠 시장에서 일종의 ‘소비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선 대표는 “초기에는 우리가 밤을 새워 정성스럽게 만든 고급 콘텐츠를 제공 받으면서도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딴죽 거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팻머스가 어떤 측면에서는 동역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전문 사역자가 필요하다

선량욱 대표는 한국교회 전체를 바라보며 문화 사역을 감당할 전문 사역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열린 예배’라는 형태의 문화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면서 처음 들여온 취지와 ‘본질’이 왜곡됐다며 한국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문화에 눈을 뜨면서 미국에서 ‘구도자 예배’가 들어왔지요. ‘열린예배’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그것이 번지면서 청소년 예배와 청년 예배를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도자 예배의 취지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을 교회로 이끌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대중문화와 팝송, 세속적 세계관이 검증 없이 교회로 다 들어왔습니다. 다음세대를 교회로 불러들이는 것에 급급했던 어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입 다물고 있어야 했지요. 이제는 교회가 이 문화를 받아들이지도 내보내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선 목사는 상황이 이지경에 이르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 전문 사역자의 부재를 꼽았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기 백석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 ‘기독교문화콘텐츠’ 전공이 신설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백석문화예술대학원 영상예술학 전공지도교수로 부임한 선 교수는 “앞으로 팻머스가 백석대와 더불어 한국교회에 건강한 전문 문화사역자를 길러 내는 일에도 맡겨진 사명을 다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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