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와 간증의 구분 없는 중국교회에 기초를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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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 간증의 구분 없는 중국교회에 기초를 놓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2.1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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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의 ‘설교학개론’ 중국어판 출간
삼자교회 중심 유통할 계획…북한교회에 미칠 영향도 염두

설교학의 대가 정장복 교수(전 한일장신대 총장)가 2001년 쓴 베스트셀러 ‘설교학개론’(예배와설교아카데미)이 최근 중국어로 번역됐다. 정장복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중국 삼자교회가 건강하게 자라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에까지 영향을 끼치기를 소망하고 있다.

▲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의 베스트셀러 ‘설교학개론’이 최근 중국어로 번역됐다. 2011년 나온 ‘설교학개론’ 원본과 중국어판.

곽안련 선교사처럼

“설교가 뭔지 모르고 설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여러 번 강조한 정 교수는 설교 신학이 바로 서 있지 않은 교회는 미래를 따라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과거 강연을 위해 수차례 중국을 다녀왔다. 그때마다 느낀 인상은 설교학의 기본이 잘 잡혀있지 않았다는 것. 설교와 간증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중국교회의 현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정 교수는 과거 곽안련(Charles Allen Clark) 선교사가 한국교회를 도왔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중국교회 강단에 신선한 변화를 일으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곽 선교사는 설교 사역이 무엇보다도 으뜸가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 땅에 처음 선보이는 설교학 교과서로서 ‘강도요령’을 펴낸 바 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강도법’과 ‘강도학’ 등 설교학과 관련한 책들을 한국교회에 선물했다.

“중국교회를 보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론이 설교에 대한 이론과 신학을 다룬 책 ‘설교학개론’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일이었지요. 많은 중국교회 목회자들이 설교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도 못 받고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교학개론은’ 중국 목회자들에게 설교에 대한 이론과 신학을 정립하고 교회의 미래를 건강하게 확립하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핵심은 ‘성언운반일념’

설교에 관한 총체적 기본 이념서 성격의 ‘설교학개론’은 하나님의 말씀만 운반하는데 전념한다는 ‘성언운반일념’에 기본 정신을 두고 있다. 특히 성언운반일념을 가슴에 품어야 할 설교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말씀 중심의 설교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을 떠난 설교는 자칫 ‘종교 수필화’될 수 있다”며 “교인들은 수필이나 시론을 듣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말씀을 듣기 위해 교회에 나온다. 수필과 경험담만 제공하는 설교는 성도를 세뇌시키고 저항정신을 사라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또 설교의 위기 요소들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어떻게 극복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설교는 반드시 성령의 역동적인 역사 아래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정 교수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판단을 강조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해 하나님 말씀을 사용하는 설교자들의 문제를 언급하며 “자기 말을 한참 해 놓고 ‘예수님도’ 혹은 ‘바울도’ 하고 덧붙이는 것은 말씀을 각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객전도다. 말씀을 현장화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강단에서 자주 쓰이는 대표적인 잘못된 표현으로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를 꼽았다. 그는 “이 표현은 설교자가 자신의 말에 대한 ‘아멘’ 등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며 “이 표현의 또 다른 문제는 주님의 이름으로 설교자가 축원을 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하기를 하나님이 명령하십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 ‘설교학개론’은 ‘성언운반일념’이라는 개념을 한국교회에 널리 퍼뜨리며 2011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언운반일념’은 정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을 넘어 북한을 향한 시선

정 교수는 이번 중국어 번역본이 중국교회의 설교신학을 바르게 세우고 중국교회를 새롭게 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삼자교회 중심으로 전개되는 중국의 종교정책을 언급하며 “이런 중국의 모델이라도 이북에서 십자가 깃발이 나부끼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없다”며 “그러나 언젠가는 중국식 개방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그때가 오면 경제적 인적 교류를 활발하게 해나가면서 교회가 틈새를 트고 나가서 북한 땅에서도 마음껏 예배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며 “소위 설교 사상이 중국교회에서 먼저 바로 잡히고, 똑같은 사상이 이북교회에 잡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번역작업은 정 교수의 제자인 주승중(주안장로교회), 정삼수(청주상당교회 원로) 목사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정 교수는 별도의 인세 계약 없이 책 판매부수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집필활동을 위한 소정의 후원금만 받기로 했다.

책의 유통은 삼자교회를 통해 전개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인쇄본은 중국으로 넘어가 목회자들에게 나눠지고 있다. 정 교수는 책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중국 삼자교회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탑교회 오명복 목사의 추천서를 받아 책에 옮겼다. 오 목사는 한국의 장신대학교에서 유학했으며 당시 정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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