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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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죄가 없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2.1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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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성직자의 가운

영예롭고 화려한 의미와는 거리 멀어

취재현장을 다니다 보면 목사님들의 다양한 설교 복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정장에 넥타이를 착용한 모습이다. 또 한 가지는 가운인데 하얀색과 검정색이 가장 많고, 두 가지를 섞거나 파란색과 검정색을 혼합한 경우도 있다.

특이한 경우는 박사 가운을 입고 설교하는 경우다. 일반 가운과 다른 점은 양쪽 소매에 새겨진 세 개의 검은 줄이다. 성의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만 봐도 ‘목회박사’ 가운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는 걸 보면 분명히 수요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군 장병들이 전역할 때 예비군복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져 볼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난다.

개신교 전반에서 사용하는 가운이 한국교회만의 특징은 아니다. 칼뱅은 예배 때마다 당시 제네바의 법관들이 입던 검정 가운을 입고 예배를 집례하고 설교를 했다고 한다. 칼뱅으로부터 신학과 예배 및 기타 교회 생활을 이어받고 있는 한국교회가 가운을 착용하는 것은 어색한 일은 아니다.

지난 1993년 예장 통합총회가 결의한 내용을 참고하자면 우리나라 장로교회에서는 장로와 목사는 동일한 가운을 입되 목사만이 멍에를 멘 성직수행을 표시한 스툴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목사들의 가운 착용이 일반 성도들의 눈에 다소 권위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신도들의 학력이 높아진 것도 불만이 높아진 한 이유다. ‘만인 제사장’이니 ‘설교하는 장로’니 하는 말을 어디서 조금이라도 들어본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설교학의 대가로 불리는 정장복 교수(한일장신대 전 총장)는 목사의 가운 착용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는 “가운을 입는 것에 영예롭고 화려한 의미는 전혀 없다”며 “가운은 군복이나 경찰복과 같은 일종의 유니폼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성직자임을 복장을 통해 스스로 밝힌다는 것은 그의 언어와 행동과 몸가짐 전체를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철저한 제어장치”라고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만인제사장’을 들어 목회자의 가운 착용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계급은 같지만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가운은 그 점을 의복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라며 “다만 많은 목회자들이 스스로를 ‘주의 종’이라고 지칭하면서 반인적인 존재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 요인들이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7년에는 한기총에서 목사들의 평상복을 통일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제복착용으로 목사들이 종교·사회적 책임에 보다 충실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취지로 남녀 목사제복 20종을 확정했다. 아쉽게도 오늘날 이 복장을 착용한 목사님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좀 더 화려하고 권위적인 느낌으로 제작했다면 쉽게 정착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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