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찬 없는 잔치
상태바
[기자수첩] 반찬 없는 잔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2.12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먹을 것도 없는 잔치에 뒤끝만 작렬했다. 과거 한국교회를 대표하던 한 연합기관 대표회장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후보들은 공명선거를 약속까지 했지만 선거가 열리기 직전까지 상호 비방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선거 당일에도 총회 현장 바깥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특정 후보를 규탄하며 피켓을 내걸고 확성기로 “회개하라”고 시끌벅적하게 시위를 벌였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들은 자리에 남아 ‘회개’를 촉구했다. 

총회 현장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선거가 끝나자 그 많은 취재 기자들은 한결같이 “이 기관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안타까운’ 지점은 모인 매체 수만큼이나 제각각인 듯 했지만 ‘희망이 안 보인다’는 생각엔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희망의 끈은 후보 등록 마감 시점에 이미 실종됐다. 등록한 이들의 면면에 품격은커녕 참신성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로 등록한 두 사람 모두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속칭 ‘태극기’를 대표하는 이들이라는 것도 우려를 낳은 주요 원인이었다. 

누가 당선 되더라도 ‘극우 기독교 인사’가 한국교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피할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벌써 새 대표회장은 대통령을 향해 “간첩으로 의심된다”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세간을 놀라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놀랐지만 그의 행적을 지켜봐온 교계 인사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예상보다 약하다는 반응이다. 
두 후보 모두가 후보 등록 과정에서 행정적인 오점을 남긴 것도 우려스럽다. 선거 전부터 교계 연합단체들이 모여있는 종로5가에서는 선거에서 패한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법정 싸움을 걸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다. 실제로 그러한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 기관은 지난해 ‘재선거’ 사태를 경험한 바 있어 ‘흑역사’가 다시 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