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처럼 통합 추진…“개인회사도 이렇게 안 한다”
상태바
번개처럼 통합 추진…“개인회사도 이렇게 안 한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2.11 2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기총-한교연 통합, 성사될까?

전광훈-권태진 대표회장, ‘통합을 위한 합의서’ 발표
한기총 내 이단논란 여전해, 통추위 구성 ‘난항’ 예상

▲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과 한교연 권태진 대표회장(우)이 '기구 통합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동안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교회연합기관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달 3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신임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 권태진 대표회장이 6월말까지 통합을 이루겠다며 ‘한국교회 기관 통합을 위한 합의서’를 전격 발표한 것.

지난 1월 29일 정기총회에서 당선된 전광훈 목사는 “빠른 시일 내에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으로 갈라진 보수 연합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도록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 대표회장은 실제 이틀 뒤 권태진 대표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5층 한교연 사무실을 찾아가 통합 합의서를 현장에서 작성해 서명하고 발표했다. 

합의서는 작성됐지만 실제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 한기총과 한교연 간 통합 논의가 무산된 배경과 이유가 해소되지 않은 채 또다시 헛물만 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통합무산 이유 바뀌지 않았다 
3년 전으로 돌아가 2016년 8월, 한교연과 한기총은 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연합 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양 단체는 10개항 대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했던 한기총 내 이단논란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당시 추진 주체들은 “한기총 내부 이단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했고, “먼저 통합을 한 후 이단문제를 일소하면 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그러한 주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을 역임하고 얼마 전에는 한기총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2016년 당시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이단문제를 해결 할 수 있으며 지켜봐 달라”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통합무산의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한교연 소속교단 회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기총 내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대원칙이라는 것이다. 한기총 회원교단 중 이단성이 있는 것으로 결의돼 있는 교단들로서는 참여가 어려웠다. 특히 예장 합동, 통합 등 대형교단들이 참여할 경우 교단 지도부는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논란이 될 상황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한기총 이단문제를 지적했던 전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장 황인찬 목사는 “여전히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체 내부 논의도 없는 성급한 추진이었다”면서 절차적 정당성과 논의가 부족한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표회장이 통합 주체 아니다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 합의발표는 성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양 기관은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던 만큼, 임원회 또는 실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합의문서가 발표돼 구성원들은 당황해 했다. 개인회사가 기업 합병을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기총 직전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임원회와 실행위가 있기 때문에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통합을 성사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교연과 통합을 위한 조건을 논의하면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교연 김효종 상임회장은 “합의서 서명과 발표가 확실히 빨랐던 것은 맞다. 대표회장에게 통합 추진문서에 대해 추후 절차를 받도록 조언을 했고 준비 중에 있다”면서 향후 통합추진위가 구성될 것을 예고했다. 

양 단체는 내부 논의과정이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한기총의 경우 과거 통합이 아니라 한교연의 복귀를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컸다. 한교총과 통합이 어그러지면서 한기총을 향한 정서적 공감대가 커졌지만 한교연 내부에서는 한기총 이단문제 해소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전광훈 대표회장이 그동안 전개해온 정치적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독자유당을 설립해 정치활동을 하며 극우적 발언을 일삼아온 전광훈 목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하고 연합기관을 통합하여 세를 넓히려 한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일단 양측은 2월 말까지 통합 합의서를 작성한다고 명시했지만 시기적으로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