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절실한 ‘취준생’…교회는 방법 몰라 ‘우왕좌왕’

이슈//한국CCC '기독 대학생 취업의식 조사' 실시 한현구 기자l승인2019.02.08 14:02:35l수정2019.02.08 14:21l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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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스트레스 시달리는 대학생들…교회 도움 받은 청년 고작 8.7%

중소기업·낮은 연봉도 ‘OK’…돈보다 적성과 흥미·근무 환경 중요시

청년의 문제는 곧 교회의 문제, “청년 현실 이해하고 사역 전문성 갖춰야”

지독한 취업난은 크리스천 청년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졸업을 앞둔 크리스천 대학생의 10명 중 7명은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교회로부터 취업 관련 도움을 받았다는 크리스천 대학생은 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생선교회(대표:박성민 목사, 이하 CCC) 미래사역연구소(전임연구원:이성곤 간사)는 ‘크리스천 대학생 취업의식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졸업을 앞둔(4년제 학교는 3학년 2학기 이상/2년제 학교는 졸업학년) CCC 소속 대학생 891명이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94%, 조사와 분석은 지앤컴리서치가 맡았다.

조사에선 취업이라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한 크리스천 대학생들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크리스천 대학생들의 필요와 현실, 그리고 교회가 이들을 도울 방법은 없는지 찬찬히 짚어봤다.

 

‘눈높이 낮춰라?’ 이젠 옛말

취업난에 신음하는 청년들에게 흔히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하곤 한다. 청년들이 누구나 우러러볼 만한 좋은 직장, 높은 연봉, 편한 환경만을 바라고 고생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취업하기 원하는 기업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기업(33.9%)이라고 답한 비율과 중견 및 중소기업(28.1%)이라고 답한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록 성적은 중위권일지라도 ‘희망대학’에는 소위 ‘SKY’를 빼놓지 않는 것이 보통의 심리다. ‘희망기업’을 묻는 질문에서조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눈높이를 낮추라’는 다소 성의 없는 조언이 더 이상 청년들에게 적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소 희망연봉을 묻는 질문에서 청년들은 2,510만 원만 받아도 일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또 이제는 청년들이 단순히 높은 연봉과 기업의 이름값보다 적성에 맞는 업무와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취업시 고려 요인을 묻는 질문에선 적성과 흥미(92.6%, 5점 척도 긍정응답률), 근무 환경(91.0%)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기업 미래 비전(83.7)과 향후 경력 비전(81.3%)이 그 뒤를 이었고 급여 수준(66.4%)은 7위에 그쳤다.

졸업하기 전 미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천 대학생 중 현재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2%로 절반을 약간 넘긴 수치였다. 아직 1년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3학년의 경우 58.4%로 비교적 낮았지만 취업전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4학년은 71.1%의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받고 있는 취업 스트레스는 그보다 높았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의 69.7%는 취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전공으로 따지면 인문·사회계열(72.8%)이 자연·이공계열(67.6%)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취업에 대한 압박은 동등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서 취업 도움 받았다’ 고작 8.7%

취업절벽에 허우적대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가 쏟고 있는 관심은 얼마나 될까. 성적표는 초라했다. 조사에 응한 기독 대학생 중 불과 8.7%만이 교회에서 취업 관련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나마도 성도 개인적 차원의 도움까지 포함한 결과다. 지원을 받은 소수의 청년 중 교회 차원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18.2%에 그쳤고 나머지는 개인적 차원의 도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수에 대비하면 교회 차원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1.5%밖에 되지 않는 것.

지원 방법은 주로 취업준비에 대한 조언에 집중됐다. 그 뒤로 기업 정보에 관한 내용 설명, 구인 기업 소개 등이 뒤를 이었다. 지원을 받은 후에는 진로 결정과 취업준비, 직장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조언에서 교회와 일터가 분리된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취업지원에 대한 청년들의 마음은 절실했다. 교회에서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개설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73.7%의 청년들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희망하는 지원 방법으로는 청년들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매칭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았다. 취업 박람회와 세미나, CEO와의 만남과 특강 역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회, 먼저 청년 현실 이해해야

하지만 교회가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선은 대다수의 교회가 청년들의 취업 지원을 위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점이 첫 번째다. 게다가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취업지원에 있어 어느 영역까지 도움을 줘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구직자와 기업간 연결 프로그램도 자칫 잘못했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서울 소재 교회에서 청년부를 맡고 있는 한 목회자는 “예전에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성도분들과 청년들을 연결시키는 일을 몇 번 했었지만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았다. 양쪽 다 크리스천이라는 신뢰 속에 만났지만 기업 입장에서 지원자의 역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었고, 지원자가 바라볼 때 회사의 분위기가 신앙과 괴리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이상갑 목사(청년사역연구소)는 한국교회가 청년들을 돕기 위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냉혹한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목회자들이 현실에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기도 열심히 하라’는 조언만 반복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하면서 “간접경험을 통해서라도 사역자들이 청년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준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또 “교회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전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 청년들이 취업전선에서 겪는 어려움과 교회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면서 “험난한 세상을 스스로의 신앙으로 이겨내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일터와 교회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일터가 곧 선교지이며 그 속에서 선교적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CCC에서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돕는 캠컴(Campus-Community) 팀의 정우성 간사는 “그동안 CCC의 사역은 신앙훈련과 제자화에만 집중하고 졸업 이후와 사회 적응의 문제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 측면이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신앙훈련과 더불어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는 준비를 돕는 일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성장과정에 발맞춰 세미나와 코칭, 훈련을 제공하고 졸업 후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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