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차별? 프레임에 갇힌 교회…지혜로운 대응 필요하다”

한국교회를 둘러싼 ‘용어 프레임 전쟁’ 한현구 기자l승인2019.01.29 14:43:48l수정2019.01.29 14:45l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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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반대했다가 ‘혐오집단’ 낙인…교회 이미지 갉아먹는 프레임

교회도 자유롭지 못한 프레임 논란, 서로 존중하는 마음 전제돼야

교회가 ‘혐오’라는 단어와 가까워지고 ‘인권’이라는 단어의 반대편에 서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이 일은 지금 현실이 됐다. 동성애 문제에 적극 반대하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세상은 ‘혐오집단’이라는 굴레를 씌운다. 교회가 ‘학생인권조례’의 독소조항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 마치 ‘반인권 집단’인양 매도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동성애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교계인사들은 동성애 논쟁을 둘러싼 용어가 잘못 설정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동성애를 찬성하는 세력이 ‘소수자’, ‘인권’ 등의 ‘프레임’을 선점해 이용하고 있다는 것.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용어’와 ‘프레임’이 주는 영향력은 무시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단어를 독해하면서 그 단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 또한 함께 흡수한다. 단순히 교회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했다가는 마치 차별을 찬성하는 집단처럼 비춰지기 십상이다. 교회를 둘러싼 잘못된 용어와 프레임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반대의 경우는 없는지 실태를 짚어봤다.

▲ 프레임은 대상이나 사건을 인식하는 생각의 틀이다. 프레임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대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소수’라는 이름의 함정

여호와의 증인이 중심이 된 병역거부 문제가 이슈가 되자 군복무를 경험한 수많은 남성들은 “그럼 나는 비양심적인거냐”고 들고 일어났다. 다소 유치한 투정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용어에 내포된 이미지가 사람들의 감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최근 국방부는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 양심에 따라 병역과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을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통칭하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논쟁은 교회, 특히 동성애·동성결혼 찬반 문제를 둘러싸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먼저는 ‘성소수자’라는 용어부터가 논란의 중심이다. ‘기독교인 혐오사회’의 저자 백상현 기자는 “성소수자라는 용어는 동성애 논쟁에서 동성 간 성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수자로, 부도덕한 동성 간 성행위자를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종교를 예로 들어보자. 신천지와 같은 이단·사이비들도 주류 한국교회와 비교하면 분명 ‘소수집단’이다. 하지만 신천지 스스로를 제외한 누구도 그들을 건강한 집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소수’라는 사실이 정당성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단에 ‘소수’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보호받아야 할 약자인 것처럼 인식된다. ‘소수’라는 용어가 마땅히 선행돼야 할 도덕적 논쟁을 생략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신앙 양심에 따른 설교와 발언이 차별금지법을 빌미로 제재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차별금지법이 오히려 신앙의 자유를 제한하는 또 다른 차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런 우스꽝스러운 역설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국민들 대부분은 자세한 맥락에 큰 관심이 없다. 뉴스 제목으로 사태를 접한 대중들은 ‘교회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제목만이 뇌리에 각인된다.

교회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지영준 변호사는 “기독교인들은 절대왕정의 억압에 저항하고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서는 등 차별에 맞선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기독교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믿음 아래 차별을 없애는데 앞장서 왔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만든 프레임 ‘외부의 적’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잘못된 프레임에 대해선 분명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냥 교회 밖 세상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동성애·동성결혼 찬반 논쟁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교회가 프레임을 무기로 삼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 반대진영에서 악법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것이 대표적인 프레임이다. 이 법과 조례가 제정되면 신앙의 자유가 없어지고 전도도 불가능할 것만 같은 공포감마저 든다. 하지만 정말 이들은 악독하기만 한 법일까.

최근 경남 교계는 ‘경남학생인권조례’에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교권은 바닥에 떨어지고 학생들이 무방비로 동성애에 노출될 것이라 비판했다. 독소 조항 삭제로도 충분치 않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문을 살펴본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우려했던 교권 침해 부분도 기본원칙에서 ‘학생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과 연구활동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박고 있었다.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공동대표는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치기 위한 교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교권은 학생인권과 더불어 보장돼야 하는 것이지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이다. 무조건 학생인권조례를 악법으로 치부하기보다 이들의 사례를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북’과 ‘이슬람’으로 대표되는 ‘외부의 적’ 역시 교회가 즐겨 사용한 프레임 중 하나다.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한국교회는 종북, 이슬람 등의 프레임으로 종종 우리의 시선을 교회 내부가 아닌 밖으로 돌려왔다”며 “국수주의는 자국민을 뭉치게 만들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가 만든 외부의 적도 우리끼리 결집력을 강화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그것이 과연 긍정적이었는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전했다.

 

잘못된 건 반박하되 대응은 지혜롭게

‘개독교’는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교회나 목회자가 잘못했다는 소식, 심지어 큰 잘못이 아닌 평범한 기사에도 어김없이 ‘개독교’라는 비난이 등장한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대중들에게 기득권층이자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개독교’의 프레임에 갇힌 이 시대의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재영 교수는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혐오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개독교’라는 비난의 일부는 원인제공을 한 기독교가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비난의 당사자인 우리가 ‘개독교’ 프레임에 반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도를 넘어선 비난이 달갑지는 않지만 크리스천이라면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응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리 신앙의 본질을 위협하는 잘못된 프레임이라면 단호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만 “성경에 이렇게 써 있다”는 식 보다는 보편적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내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와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언어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도 세상도 프레임을 이용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단순히 세상을 적으로 삼고 프레임 전쟁을 벌이기보단 복음으로 세상을 품는 하나님의 마음이 크리스천들에겐 좀 더 요구된다. 정재영 교수는 “서로 어느 프레임으로 공격하느냐의 문제지 어느 한쪽이 문제라고 말하긴 힘들다”면서 “세상에게 교회의 교리를 강요할 수는 없다. 크리스천이라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호주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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