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에 찌든 직장인의 삶에 작은 쉼표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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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찌든 직장인의 삶에 작은 쉼표 되고 싶어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1.22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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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 직장인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는 ‘히스카페’
▲ 직장인,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한 추석 나눔 현장, 명절이라 오히려 더 외로운 이들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가혹한 경쟁 시달리는 직장인…하나님 아버지 마음 전하고파 
섬김의 공간으로 지난해 시작…직장인·외국인·미혼모 초청해 나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징적인 장소다. 누군가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랫말을 떠올리며 흥으로 넘쳐나는 유행의 최전선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과는 다르게 평일의 강남은 칙칙한 넥타이 부대로 그득하다. 점심이면 수만 명의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누군가에겐 ‘강남스타일’의 낭만으로 기억되는 이곳은 수많은 직장인들에겐 조금만 뒤떨어지면 도태되고 마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히스카페는 지친 직장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캠페인 ‘힘내라 직장인’의 김형아 대표(용인 향상교회)가 마련한 섬김의 공간. 추석이면 고향에 내려갈 여유가 없었던 직장인들과 한국에서 쓸쓸한 명절을 맞이하는 외국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크리스마스엔 파티를 열어 성탄의 의미를 직장인들에게 나눈다. 한때는 직장인들을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았다던 김형아 대표가 이제 낮은 곳에서 직장인들을 섬기고 있는 이유를 들어봤다. 

 

채찍질을 멈추고 위로의 손길을
신논현역에 내려 5분 정도 걸었을까. 누가 봐도 강남 부잣집처럼 보이는 주택들 사이에서 히스카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에서부터 사영리 전도지에서 익숙하게 봤던 의자 모양의 마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페에서 만난 김형아 대표는 카페 분위기에 어울리는 포근한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강남의 고층빌딩과 넥타이부대 사이에서 갑갑했던 마음이 카페의 여유와 함께 녹아내리는 듯 했다. 하지만 노무법인 하이HR의 대표이기도한 김형아 대표의 그동안의 삶은 여유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했다. 

“세상의 경쟁이란 것은 팀 안에서 화목을 이뤄서 시너지를 내기보다 옆에 있는 사람과 대결해 성과를 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하나님을 알기 전에 저는 어떻게 하면 경쟁을 더 격렬하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했어요. 저부터 성과와 능력 위주의 삶을 지향하고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강의하는 삶을 살았죠.”

2000년부터 회사를 시작해 누구나 인정하는 성공을 이룬 김형아 대표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노무 컨설팅 분야에선 보기 드문 여성 CEO였기에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도 한 몸에 받았다. 실패한 이들에겐 “당신이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냉정하게 몰아붙였다. 어릴 땐 언니들을 따라 교회에 잠깐 발을 들였지만 그때 뿐이었다. 세상은 열심히 살면 결과가 따라오는 곳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런 김 대표의 신념을 흔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점점 지쳐가고 있었어요. 열심히 살고 성공을 이뤄도 한계에 다다르니 허망하고 외롭더군요. 조심스러운 말씀이지만 절대적 빈곤이 해결되고 나면 돈도 그 허무함을 채워주지 못해요. 늘 긴장과 초조함이라는 살얼음판을 걸었죠. 그때쯤 미국에서 공부하던 딸아이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단 소식을 듣게 됐어요.”

한국에서의 사업을 포기할 수 없어 미국에 혼자 남겨두고 온 외동딸이었다. 부모 없이 꿋꿋하게 버텨내는 줄만 알았던 딸은 고등학생이 되자 공황장애로 힘겨워했다. 더 이상 혼자 둘 수 없어 사업을 잠시 남편에게 맡겨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딸과 함께 보낸 미국에서의 4년, 그 시간 동안 김 대표는 하나님을 만났다.

타지에서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딸이 다니는 교회를 찾았다. 그때 어릴 적 교회에서 들었던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있네~” 어릴 땐 별 감흥 없이 흥얼거렸던 가사가 다르게 느껴졌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고? 그 말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걱정스레 쳐다보는 교회 성도들에게 성경에 하나님이 날 사랑하신다는 말이 써있냐고 물었다. 성도들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 대표는 그 구절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주간 김 대표의 휴대폰은 성경 구절을 보내주는 성도들의 문자로 쉴 새 없이 울렸다. 그 때부터 김 대표의 삶에서 유턴이 시작됐다. 

▲ 히스카페 셰프와 함께 카페 주방에서 포즈를 취한 김형아 대표(오른쪽)

위로 전하는 카페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서울의 숨 막히는 일상은 너무도 낯설었다. 낮에는 경쟁에 시달리며 성과에 목숨을 걸고, 밤이면 낮의 힘겨운 일과를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유흥과 음란에 빠져들었다. 김형아 대표의 회사가 위치했던 강남은 그 중심이었다. 하나님을 만나고 돌아와 보니 직장인들에게 능력과 성과를 요구하고 가혹한 경쟁으로 몰았던 주범이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문화를 끊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어 근처 가락동에서 천도복숭아 1,000개를 사왔다. 함께 하고 싶다는 분 몇몇과 밤새 복숭아를 씻고 깨끗이 말렸다. 하트모양 스티커를 사서 격려의 메시지를 적고 복숭아에 붙였다. 처음엔 이상한 곳인가 싶어 안 받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같은 시간에 지속적으로 사역을 이어가자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4년 여름, ‘힘내라 직장인’의 시작이었다. 

섬김이 계속되자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들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나눌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주변 교회에 도움을 요청해 교회 카페를 이용했다. 하지만 당장 새신자로 등록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자 교회 측에서 더 이상은 힘들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금식하며 기도하던 중 발견하게 된 곳이 바로 지금의 히스카페다.

“처음엔 의욕이 넘쳐 무료로 직장인들을 섬기고 싶었어요. 하지만 비즈니스 미션을 공부하다보니 자생적 구조를 갖지 않으면 지치고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직장인들도 무료로 준다고 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했고요. 대신 정말 좋은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자연스레 예수님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꾸며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히스카페가 문을 연 이후부터는 거리가 아닌 카페에서 직장인들을 섬긴다. 지난해 추석에는 강남 주변의 스타트업 종사자들과 외국인 등 40여 명이 참여해 즐겁게 식사를 나누고 한가위의 기쁨을 함께했다. 힘내라 직장인에서는 대부분 자취생인 이들을 위해 즉석밥, 컵라면, 고추장, 참치, 햄 등이 담긴 힐링패키지를 선물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시즌엔 미혼모들을 초청해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다. 직장인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었다. ‘만 원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만 원만 내면 스테이크, 치킨, 감바스 등 풍성한 음식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강남 주변 회사들을 중심으로 예약을 받아 60석의 카페가 빈자리 없이 채워졌다. 잔잔하게 캐롤이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김형아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며칠 뒤면 제가 가장 사랑하는 분의 생일입니다. 그 분을 위해 조그만 생일잔치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가장 낮은 곳에 우리를 찾아오신 그분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기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일상에서 하나님과 기쁨 누리길
히스카페는 무료로 먹을 것을 나눠주는 자원봉사단체는 분명 아니다. 여느 카페처럼 돈을 받고 음식과 음료를 판매한다. 하지만 이곳엔 다른 카페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경영철학 세 가지가 존재한다. ‘손해를 봐야 이익이 남는다’·‘손님이 안 와야 손님이 온다’·‘더 많이 퍼줘야 더 많이 얻는다’가 바로 그것. 

“세상적으로 생각하면 상식적이지 않죠.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요. 하지만 주변의 카페가 경영난에 문을 닫을 때도 히스카페는 굳건하게 이어오고 있어요. 이것이 크리스천의 놀라운 역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죽어야 산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곳은 장사를 하기보단 교감을 나누는 공간,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공간,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히스카페는 재료 하나를 고르는 것도 대충하지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들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예수님의 이름을 걸고 시작했다면 세상 사람들보다 몇 배는 진실 되고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강남을 포함해 우리나라 모든 직장인들을 섬기고 싶은 김형아 대표이지만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곳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자신의 회사에서 낮은 자세로 섬기지 않으면서 다른 직장인들을 섬긴다는 것은 거짓이라는 마음에서다. 익숙한 곳이기에 오히려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장 큰 동역자인 남편 김용진 대표가(하이HR 노무법인) 함께 하고 있기에 힘이 된다. 김 대표는 이 땅의 모든 회사와 직장인들의 삶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누군가는 이 땅에서 고생하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상급을 주신다고 말해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실시간으로 저와 함께 하시고 언제나 넘치는 기쁨을 부어주시는 분이세요. 저의 작은 섬김으로 피로와 긴장에 찌들어 있는 직장인들의 삶에 위로가 전해진다면, 그로 인해 제가 사랑하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맘껏 나눌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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