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 무늬만? 정부, 지역아동센터 고충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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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 무늬만? 정부, 지역아동센터 고충 ‘모르쇠’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1.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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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설종사자 상경집회...“4천2백여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위해 추경 해야”

2018년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는 4,124개소며, 1만여명의 종사자들이 지역 내 돌봄이 필요한 아동 청소년 약10만6천명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2004년 법제화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정부의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관심 부족이다. 정부가 편성한 2019년도 지역아동센터 예산안을 보면 시설 지원에 대한 모순도 확인된다. 

지난 15일, 전국에서 올라온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정부를 성토했다. ‘지역아동센터 예산사태 해결을 위한 추경쟁취연대’(이하 추경쟁취연대)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지원예산 계획을 철회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서운 겨울 칼바람 속에서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지원액수가 아니라 모순 때문이었다.  

최저임금 10.9% 인상, 지원은 2.8%만
2004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시설로 제도화 되었고, 정부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구분하지 않은 가운데 ‘기본운영비’ 항목으로 예산을 지원해왔다. 기본운영비는 법제화 전부터 지역아동을 돌봐온 시설에게는 적잖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여타 복지시설 지원방식과 다른 차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19년도 지역아동센터 정부예산안은 시설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절망적 수준이었다. 내년 최저임금은 10.9% 인상됐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기본운영비 보조금은 전년 대비 2.8%에 그쳤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감안하면 명목상 물가 인상률 정도를 감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예산액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운영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아동 프로그램비로 의무 지출하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반드시 보장해야 줘야 한다. 올해 예산대로 반영하면 종사자 최저임금과 관리운영비 지출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모순적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종사자 최저임금액을 의무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아동 프로그램비의 의무 지출 비율을 10%에서 5%로 하향조정 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소가 터져 나오는 발상이다. 

예를 들어 3~4만원 증액된 지원금으로 30~50명 아동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3명의 종사자 급여와 퇴직금, 사회보험료를 지출해야 한다. 공공요금과 사무운영비, 각종 세금도 포함된 액수이다.

“운영비 부족 눈감고 최저임금 강요”
보건복지부도 이미 현실적 문제를 인식하고 당초 올해 20% 예산안을 올렸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대폭 삭감했다. 기재부는 법제화 된 사회복지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아동센터는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거나 종사자 인건비를 지원하는 시설이 아니다”는 입장을 매해 고수하고 있다. 

결국 정부 부처 간 소통부족과 인식부재 때문에 지역 아동들의 교육권리가 위축되고, 시설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제화 이후 14년 동안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가깝다.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 기준 사회복지사 1호봉 급여에 비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임금은 71% 수준이다. 2016년 기준 시설장 평균급여는 161만원, 생활복지사는 144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호봉이 적용되지 않고 수당 체계도 없는 또 다른 복지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사장 남세도 목사는 “지역아동센터 중 가장 많은 운영보조금을 받는 아동정원 30명 이상 시설도 월 670만에 불과한 수준으로 국회의원 일반수당 675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며 “이런 예산은 최저 임금만 받고 일하라는 강요일 뿐 아니라 실제로 최저임금 지급조차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2,100여곳 시설이 회원으로 있는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 아동 1인당 하루 2,500원의 서비스 단가 보장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위한 단일임금체계 적용 △현재 지역아동센터 정부예산안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3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갔다. 

현재대로라면 지역 아동들을 위한 지원단가는 하루 1천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더구나 30인 이상 시설은 상한 기준도 없어서 아동수가 늘어날 경우 시설 운영은 더 곤란해질 수 있다. 

시설 종사자들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취약계층의 아동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대한 예산은 나 몰라라 한 채 부담을 민간에게만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15일 집회에 참석할 경우 운영비 환수조치를 경고하는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해 또 다른 논란을 촉구한 바 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시설 종사자들의 고통에는 눈 감으면서 시설 운영 원칙만 강요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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