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최고의 유산은 ‘신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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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최고의 유산은 ‘신앙’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1.21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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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당신과 나, 어떤 관계입니까? (4)부모와 자식

집에 오면 방문을 쾅 닫고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사춘기 자녀에게 도대체 누굴 닮아 그러냐며 큰소리치는 부모. 크리스천 가정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오히려 하나님을 믿는 부모들은 아이를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잘 길러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한술 더 뜨기도 한다. “뭘 잘했다고 교회를 빠져? 당장 회개해!” 이해받지 못한 자녀들 마음에는 반항심이 솟아오른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가족이 아픈 시대다. 어느 집이든 크고 작은 트러블은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부모자식 사이 ‘갈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급기야 요즘에는 가족이란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서도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대립각을 세우는 ‘세대 전쟁’이란 말이 공공연하다. 그 결과 가족끼리 의절하고 세대 간 혐오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신년기획 ‘당신과 나, 어떤 관계입니까?’ 그 마지막으로는 갈등을 봉합하는 크리스천 부모들의 성경적 자녀교육법을 살펴본다.

유년기 ‘가정’은 최고의 ‘주일학교’
자녀와의 불화를 잘못 다루거나 방치하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와 틀어진 관계는 아이가 건강한 자아상을 확립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힘들지·최고야·멋지다”보다 “못 한다·안 된다” 등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커서 열패감에 사로잡히기 쉽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들 경우 자녀는 원만한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움과 분노·애정결핍 등 부모로부터 미처 치유 받지 못한 쓴 뿌리는 성인이 된 자녀들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 역시 방해한다. 행복한 가족에 대한 청사진이 어둡게 채색된 탓에 차라리 결혼을 안 하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장기에 형성된 부모와의 그릇된 애착관계는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린 시절 가정이 최고의 주일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영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다.

한사랑기독상담실 박병은 실장은 “크리스천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며 “옆길로 샌 아이들이 끝내 돌아와 변화하고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누리도록 기도·격려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자식에게 남기는 최고의 유산은 행동으로 보여준 ‘신앙’이다. 자녀에게 영적인 것을 심으면서 육적인 열매를 바라고, 육적인 것을 심으면서 영적인 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올바른 권위’를 회복하라
그렇다면 내 자녀를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녀와의 마찰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우선 ‘부모의 권위’를 회복하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는 칭찬·용서와 더불어 잘못된 행동에 대한 꾸지람과 질책을 골고루 받아야 건강하게 큰다. 그런데 간혹 아이들이 제왕인 집이 있다. 모든 게 아이들 위주로 흘러가고 부모는 오냐오냐 눈치 보기 바쁘다. 제 멋대로 버릇없이 큰 이들은 훗날 인생에 시련이 닥쳤을 때 혹은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쩔 줄 모르고 심지어 폭력적 경향을 나타낼 수도 있다.

‘성경적 부모교실’의 저자 이기복 교수는 “하나님은 자녀가 부모를 공경하면 장수하고 이 땅에서 복을 누린다고 하셨다”면서 “부모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 부모공경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권위가 바로 서려면 부모가 자기 뜻과 욕심에 따른 ‘강요’가 아닌, 따뜻한 사랑을 전제로 ‘순종’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 합리적 규율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엄마는 되고 아빠는 안 된다고 하면 부모는 권위의 정당성을 잃는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잘못된 권위를 내세워 자녀를 노엽게 해서도 안 된다. 훈계라는 명목으로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등 폭력을 휘두르지 말라는 의미다. 하이패밀리 김향숙 원장은 “부모의 기분이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부모의 분노가 자녀에게 대물림 되는 것이 바로 아동학대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만큼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며 “쓴 뿌리를 제거하고 감정을 이입·조절하는 등 부모들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자녀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로 여겨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역시 지양하라고 충고한다. 하나님이 선물로 보내준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청지기’ 정신으로 양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식이 삶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부부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재편해야 한다. 배우자끼리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가정교육 비결이다. 아이는 화목한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사회로 번진 세대갈등…‘복음’이 답
한편, 전문가들은 부모자식의 갈등을 단순히 ‘집안 일’로만 볼 게 아닌 ‘사회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의 반목이 오늘날 세상에서도 만연한 것이다.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 등 넘쳐나는 노인혐오 표현들이 이를 방증한다. 과거에도 노인을 비하하는 표현은 있었지만 윗세대를 벌레로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에 기대는 세태 탓도 있겠지만 세대 간 단절과 거부감 확산이 주 요인이다.

갈등의 불씨는 이념부터 빈부격차·가치관·문화 등 급속한 시대변화에서 기인한 ‘차이’다. “우리 때는 노력하면 다 됐어”라고 답답해하는 부모세대와 “너는 너, 나는 나”를 외치며 개인주의를 표방하는 자녀세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상호 처한 상황과 고충을 헤아리지 못하고 ‘집 안’에서의 소통 단절이 ‘집 밖’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족상담 및 치료 등 세대 통합을 위한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단연 가정에서 이뤄지는 세대간 ‘화합’이다.

이기복 교수는 “올바른 자녀 양육의 목적은 죄의 속성을 지닌 인간이 세상의 악과 유혹을 뿌리치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영적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것”이라며 “따라서 자녀를 키우는 일은 ‘영적 전쟁’과도 같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부모들이 내 자녀는 잘 될 것이란 막연한 낙관을 갖고 있지만 언제든지 잘 못 된 길로 빠질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이타심을 가르치는 등 예방 차원의 지혜로운 교육이 요청된다”고 제안했다.

성인이 된 자녀라도 ‘복음’적 자세로 다가가면 세대 간 어그러진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병은 실장은 “부모세대가 율법적으로 옳고 그름으로의 잣대를 들이대며 자녀들을 정죄한다면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면서 “긍휼한 마음으로 아무 조건 없이 우리를 포용하신 하나님을 닮아 자녀들을 공감하고 안아줘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복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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