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라, 세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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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라, 세우리라”
  • 이덕주 교수
  • 승인 2019.01.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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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강좌 - 한국교회 개혁의 과제와 전망 (상)

“성장이 멈추고, 젊은이들이 떠나가는 오늘 한국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과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오늘을 사는 신학자의 근본 과제일 것이다. 신학 중에도 역사신학으로서 교회사는 ‘때를 분간하는 학문’이라 하겠다. 즉 “시대의 징조”(마 16:3)를 보고 그 시대를 사는 신앙인들이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와 목표를 제시하는 학문이다. 다른 말로 ‘시대정신’(Zeitgeist)이라 할 수 있는데 성서신학은 그런 가치와 원리를 성서 본문에서 찾는다면 역사신학은 그것을 과거 역사에서 찾는다.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잘 아는 대로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48년 동안 헤롯 왕가의 주도 하에 추진되던 성전 건축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혈통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콤플렉스가 컸던 헤롯은 지나칠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성전을 건축하는 것으로 백성들의 지지와 복종을 끌어내려 하였다. 그런데 예수님 생각과 판단은 달랐다.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지리라.”(마 24:2, 막 13:2, 눅 21:6)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제자들은 세워져 올라가는 성전을 보았는데 주님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보셨다(그리고 말씀대로 헤롯 성전은 주후 70년 로마 군대에 의해 완전 파괴되었다). 화려하고 성대한 성전 봉헌식을 준비하고 있던 유대인들의 귀에 “무너지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거슬릴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예수님께 시비를 걸었던 것이고 그런 유대인들에게 주님은 “너희가 헐라, 내가 세우리라.” 하셨던 것이다. 이 말씀에 두 가지 성전 모형이 제시되고 있다. ‘허물어지는 성전’과 ‘세워지는 성전’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허물고 무엇을 세울 것인가? 성경과 기독교 역사를 읽다보면 두 가지 성전, 곧 허물어지는 역사와 세워지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천년 기독교 역사도 마찬가지다. 560년 ‘새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로마가 롬바르드족과 프랑크족에게 함락되었을 때 로마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하나님의 도성’으로서 로마가톨릭 교회를 건설했으며 1054년 동·서 교회 분열로 교회의 권위와 명예가 크게 추락되었을 때 유럽에서는 클루니수도원을 중심으로 성직자들의 청빈과 순결, 복종을 회복하려는 개혁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로마가톨릭 교회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타락을 극복하지 못했고 마침내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프로테스탄트, 개혁교회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5백년 주기로 반복되는 ‘무너짐과 세워짐’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너지는 교회와 세워지는 교회가 각각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즉 무너지는 교회가 기복적이고 물질적이며, 세속적인 교회로서 허영과 탐욕, 명예와 권력, 갈등과 분쟁을 추구한 반면에 세워지는 교회는 회개와 개혁, 청빈과 순종, 희생과 성결을 추구하였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이며 육적인 교회가 무너지면 성결하고 신령하며 영적인 교회가 세워진다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성경과 기독교 역사가 증언하는 바이다.

이런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읽을 필요가 있다. 2천년 동안 5백년 주기로 반복된 무너짐과 세워짐의 마지막 체험이 1517년의 종교개혁이었다면 그 후 5백년을 계산하면 2017년이 된다. 불과 2년 전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대교회의 모습은 5백년 주기로 일어나는 ‘무너지고 세워지는’ 과도기 현상인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한국교회 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반세기 전에 우리 보다 앞서 유럽과 미국 교회들이 경험하였고 이제 금세기 ‘선교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의 놀라운 부흥과 성장을 이룩한 한국교회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허물 것은 헐고, 세울 것은 세워야 한다.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위해서 기존의 낡은 건물을 헐어야 하는 것과 같다. 리모델링 정도로는 안 된다. 완전 철거하고 빈 터 위에 새 교회를 세워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회개, 혹은 개혁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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